돈을 부르는 서비스

약은 약사에게 서비스는 우리에게

by SONEA

주방 용어 중에 '미장 플러스(Mise en Place)'라는 용어가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모든 것은 제자리에 즉, 조리 작업에 필요한 식재료와 도구들을 최적의 동선에 항상 같은 자리에 준비를 해 놓는 것이다.

손님이 많으면 많을수록 밀려드는 요청 사항과 주문에 주방은 그야말로 전쟁이 벌어진다.

소음이 커지고 셰프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점 점 날카로워지고 정신은 더더욱 없어진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손님의 주문은 제시간에 맞춰 퀄리티를 유지 한 채 나가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에 여기에 있던 것이 저기에 있고 저기에 있던 것이 여기에 있고 준비한 식재료가 벌써 동나고 하면 꼬여버린다.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여 차례차례 완성시키는 것은 일종의 큰 물줄기 같은 흐름이다. 만약 제자리에 물건이 없거나 약속한 자리에 다른 물건이 있으면 이 큰 물줄기의 흐름이 툭 하고 끊어지고 그 뒤에 밀려오는 물줄기에 결국은 범람하고 홍수가 나버리게 되고 그럼 손님들은 우리에게 불평, 불만을 가지기 시작한다.

셰프들은 손으론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머리론 이미 다음 동선과 시간을 계산하고 계획한다. 그렇기에 주방에서 일하는 모두 약속하는 것이다. 어디에 가면 어떤 기구가 있고 어디로 손을 뻗으면 어떤 식재료를 꺼낼 수 있는지 약속과 의논을 통해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게 설계해 놓는 것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사용한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약속이자 신뢰이다.


우리와 손님과의 관계도 일종의 깊은 신뢰 관계와 약속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말을 본다면 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맞는 생각이다 그렇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고 당연한 생각이다 하지만 주변을 잘 살펴보고 사례들을 잘 살펴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다.

요식업 관련이라면 주방의 위생, 기본 식재료의 품질, 무언가를 판매하는 업장이라면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퀄리티 나 품질 등등 수많은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곳은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우리의 업장이나 브랜드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반갑게 살갑게 환영을 한다.

그 누구도 자신의 업장에 방문하는 손님에게 건네는 첫마디가

'잠시만요 손님 들어오시기 전에 손님 통장과 카드에 돈이 있는지 확인부터 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손님이 사용할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왜? 당연한 것이니까

그렇다면 응당 우리 또 한 이런 당연한 것들은 기본적으로 고수하고 지켜야 손님과의 신뢰 관계가 이루어지고 유지되지 않겠는가?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다. 우리는 아프면 의사를 찾아가고 약을 처방받아먹기 위해 약사를 찾아가고 배가 고프면 요리사를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바리스타를 어딘가를 빨리 찾아가려고 한다면 택시 운전기사를 찾는다 왜냐? 그 사람들은 그 분야에서 나보다 전문가임을 알고 더 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독자가 아파서 의사를 찾아갔는데 의사가 '씁.. 잘 모르겠는데 자신 없긴 한데요 뭐... 일단 해... 볼까요..?'라고 말한다면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신 그곳을 찾지 않을 것이다. 혹은 약을 처방받기 위해 약사를 찾아갔는데 '아...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배합 비율이 기억이 안 나서..'라고 한다면 그 즉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후다닥 도망갈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예시로 든 이 의사와 약사는 '자신이 제공할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과 자신감이 없다면 그 누가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맡기겠는가? 나 같으면 절대 안 맡기고 그냥 자연 치유를 기도하겠다.

마찬가지다 손님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는 적어도 우리가 판매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손님들보다 더 전문적이고 더 많이 아는 사람이고 아는 사람 이어야 한다. 나 또한 전공 분야가 아니었기에 맨 땅에 헤딩 수준으로 이 일에 부딪혔다. 처음 하는 것이라 백지상태였고 모르는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이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순간 최소한 내 브랜드 상품에 대해서는 방문하시는 손님보다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과 전문성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공부하고 연습했다. 좋아하는 것 들을 줄여가며 요리와 주방 이론에 대한 공부를 하였고 퇴근길에 양파와 대파와 마늘을 사서 눈물 콧물 핏물 흘려가며 칼질 연습을 하고 레시피를 암기하고 공부를 하였다. 이렇게 나의 언어와 데이터를 조금씩 쌓아갔고 이것들이 쌓이고 나니 자신감과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뒤따라 왔고 이제는 너무나도 당당하고 적당히 뻔뻔하게 손님을 응대하며 나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무언가가 불안하고 자신이 없는가? 그 불안하고 자신 없어서 걱정할 시간에 한번 더 하나라도 더 공부하고 연습해라.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는 것은 무의식 중으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잠재의식이 보내는 신호이다. 절대 무시하면 안 되고 회피하여서도 안된다. 이 불안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나의 실력 향상을 위한 기회와 시기라고 생각하고 움직여서 자신감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손님이 우리를 신뢰하고 믿고 손님들의 돈과 시간을 맡기는 것이지 만약 자신도 없고 우물쭈물하고 잘 모른다고 하고 불만 불안한 기색이 가득한다면 과연 이 손님들은 돈과 시간을 우리에게 맡기겠는가? 아니 여러분이라면 그런 사람과 브랜드에 들어가서 돈과 시간을 쓰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