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변태 같은 디테일
현재 우리 레스토랑에서 제일 베스트 메뉴를 손꼽으라고 하면 바로 비스큐 오일 파스타를 빼놓을 수 없다.
소스 레시피와 끓일 때의 디테일을 잡기 전엔 그저 그런 메뉴에 불과했는데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약 한 달간 조금씩 변화를 주며 디테일을 잡고 나니 맛도 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훌륭하게 좋아졌고
손님들의 만족도도 조금씩 올라가더니 어느새 당일 끓인 소스가 모자라서 못 팔 정도에 이르렀다.
그렇게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피자 도우 반죽에 이어 두 번째로 내가 중요시 여기는 좋아하고 집착하는 프랩 중 하나가 되었다.
비스큐 소스란 게나 새우와 같은 갑각류를 이용하여 만드는 소스를 말하는데 일종의 갑각류 진액 소스 같은 느낌으로 먹었을 때 깊은 해물, 바다의 풍미와 깔끔한 단맛이 올라오며 끝 맛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준다.
처음에는 그저 그런 어 새우 향 약간 나네 정도에서 그쳤는데 디테일을 수정하고 잡고 나니 아주 맛있다.
이 소스를 기반으로 해물 라면을 끓이면 분명 한 그릇에 5만 원쯤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래서 이 소스를 끓이는 날에는 그날 아침부터 재료 준비까지 아주 변태같이 준비를 한다.
처음으론 이 날엔 커피를 마시더라도 소스 끓이기에 돌입하기 전 반드시 양치질을 하여 아침에 먹은 커피 향을 싹 없애준다. 그럼 소스의 간과 향을 체크할 때 아주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재료 준비를 할 땐 소스의 기반이 되는 야채들을 썰어줄 때 모두 균일한 사이즈로 준비한다. 특히 당근을 아주 똑같은 두께 사이즈 부피로 썰어준다. 왜냐하면 당근을 가열하고 쿠킹 하면 호박 고구마 같은 향긋하고 기분 좋은 달달한 향과 맛이 나기 때문이다. 이 준비한 모든 당근에서 단 맛을 최대한 균일하고 다 뽑아내기 위해 균일하게 써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나중에 소스를 먹어보면 중간쯤부터 단 맛이 쭉 올라오는데 그것이 바로 당근에서 뽑아낸 단 맛이고 빠지면 안 되는 아주 아주 중요한 맛이다. 그리고 게와 새우를 잘게 부수고 오븐에서 익히는데 이때 중요한 점은 새우의 머리와 게 몸통 다리를 하나하나 다 으깨주어 그 안에 있는 향과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아주 중요하다 귀찮고 힘들다고 대충 으깨서 대충 넣으면 맛도 대충 나고 만다. 그래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모두 으깨주는데 문제는 소스를 끓이기 위해 들어가는 게와 새우는 한 두 마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 나는 변태처럼 야채의 사이즈를 맞추고 게와 새우를 하나하나 광기 어린 눈을 가진 채 으깨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다 익으면 볶은 야채들과 함께 섞어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볶아주는데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이 나온다. 바로 토마토 페이스트의 달달한 향을 뽑아내는 것이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기본적으로 신 맛이 강하다. 바로 꺼내거나 가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 특유의 신 향이 강하게 나는데 이것을 약 중불로 살살 달래주며 볶아주다 보면 어느 순간 신 향이 살짝 죽으며 달달한 향이 탁 하고 올라오는 타이밍이 있다. 이때가 제일 맛있을 타이밍이다. 더 볶으면 특유의 향이 사라져서 개성이 사라지고 덜 볶으면 신 향이 강하게 올라와 다른 향을 잡아먹어 버린다. 딱 이 중간에 한번 찾아오는 타이밍 이 순간에 물을 넣는 것이다. 넣고 나서도 중요하다 빨리 끓인다고 센 불로 끓이면 절대 안 된다. 은근하고도 적당한 불로 살살 가열해야 이 맛들이 모두 어우러지며 천천히 뽑아져 나오며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또 끓이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너무 졸아버려 소스의 양이 줄어들 뿐 아니라 맛도 너무 진해져 버린다. 그럼 손님이 먹을 때 자칫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수시로 맛을 봐가며 향을 느끼며 적절한 타이밍에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겠는가? 모든 과정은 사소하지만 아주 변태적인 디테일이 필요하고 주의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손님 상에 나가고 입 속에 들어가 혀에 닿고 코에 향을 전달할 때 최대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서비스도 바로 이런 사소하지만 변태적인 디테일이 아주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제일 잘 나가는 메뉴가 뭐예요? 뭐가 인기 메뉴예요? 시그니처가 뭔가요?'
한번쯤은 다들 해봤거나 들어본 멘트 일 것이다. 특히 손님의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빈도수는 더욱 잦아진다.
그럼 대다수 '아 저희 이거 이거 괜찮습니다' 하고 끝나버린다 이것이 잘못되었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이것도 하나의 매뉴얼이고 균일하고 통일성이 중요한 서비스 업장일 수 록 많이 활용한다. 우리 아르바이트생들도 다 저런다 문제는 100명의 다른 손님들이 물어봐도 100개의 대답이 다 똑같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려 한다. 만약 나에게 저런 질문을 손님께서 하신다면
우선 난 '아 네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메뉴가 조금 생소하시죠? 그럼 그전에 한 가지 여쭈어 볼게 혹시 손님이나 일행 분 들 중에 특정 재료에 대한 알레르기나 못 드시는 게 있다 하신 분이 계실까요?'로 시작을 한다.
사실 우리 업장 기준으론 알레르기를 가진 거의 없는데 간혹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을 하고 넘어간다 손님은 우리 소스와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없다고 한다면 그다음 내가 손님에게 전달하는 멘트는 솔직히 손님마다 다 다르다. 앞서 말했지만 난 오는 손님의 대부분의 얼굴을 기억하는 편 이기 때문에 손님 별로 당연 멘트가 달라지고 그날 날씨에 따라 멘트도 다 달라지고 업셀링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또 달라지고.. 등등 매일매일 매 손님, 테이블마다 달라진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저희 오일 파스타 중에선 비스큐 파스타가 제일 잘 나갑니다. 근데 오늘 바깥 날씨가 심상치 않던데 오시는 길 추우시지 않으셨습니까? 지금도 약간 추워하시는 거 같은데 그럼 저희 이 파스타가 약간 다른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자작하게 국물 있는 파스타 거든요? 약간 매콤하기도 해서 해산물에 대해 큰 거부감이 안 드신다면 추우니까 따뜻하게 이 메뉴 한번 드셔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인 추천을 받은 손님은 감명을 받으셨고 다음에 방문하셨을 때 같이 온 일행 분들 에게 이렇게 소개했다. '여기 음식 다 괜찮거든요? 근데 잘 모르겠으면 저기 이분 불러서 한번 추천해달라고 하면 돼요 엄청 막 적극적이고 자세하게 해 주시거든요' 나에겐 아주 기분 좋은 칭찬이 아닐 수 없었다.
또 다른 상황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아주머니 분들 이셨는데 나에게 '우리 메뉴 추천을 좀 해줄 수 있어요?? 시그니처 메뉴가 있나요?? 우리가 잘 몰라서 호호~'라고 하셨었다. 이때 이 손님들이 메뉴판을 유심히 바라보며 다른 메뉴들을 고르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난 알레르기 체크 후 '아 물론이죠 저희 시그니처 메뉴가 있긴 있는데요 그것들도 훌륭합니다 만 혹시 골라두신 다른 메뉴가 있으실까요? 있으시다면 제가 거기에 좀 더 어울리는 메뉴를 맞춰서 추천해 드릴게요'라고 한다. 그럼 거기에 맞추어 추천을 해드리면 나와 손님과의 신뢰 관계가 이미 달라져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응대 멘트에 관한 건 무한하기 때문에 뒤에 다른 주제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해 주겠다.
또 다른 디테일은 내가 음식을 직접 서비스해 줄 때나 홀을 한 바퀴 돌며 체크할 때인데
우선 처음 손님들이 물을 드실 때 물 컵을 어느 쪽에 놓는지 확인한다. 그것으로 손님이 오른손잡이 인지 왼손잡이 인지 알 수 있다. 그 후 음료를 내어드린다면 그 음료 잔은 손님의 주 손 위치에 따라 놓아 드리고 빨대는 항상 손님 쪽을 향하게 돌려서 세팅하고 항상 음료 캔이나 병의 로고가 손님 쪽을 향하게 배치해 드린다.
혹은 주문하신 음료가 특정 컬러를 띄고 있는 음료라면 그 음료 컬러에 맞는 빨대를 꽂아드린다. 음식을 서비스해드릴 땐 접시 정리를 할 때 내가 바라보았을 때 가장 이쁜 부분을 확인하고 그 부분을 손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접시를 돌려서 준비해 드리고 덜어먹을 수 있는 집게나 나이프를 곁들여 나갈 때 맨 처음 확인한 주 손 위치에 맞게 바로 편하게 집을 수 있게 올려둔다. 그리고 음식을 드시는 중 늘 반응을 확인하며 물병의 물이 떨어져 갈 때 맞춰 새로운 물을 준비해 드리고 피클을 거의 다 드셔갈 때 굳이 손님께서 요청하지 않아도 식사하시는 도중 그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조용히 가서 빈 접시를 치워드리며 새 피클을 테이블에 올려두며 새 앞접시가 필요해 보인다면 앞 접시를 기물이 필요해 보인다면 기물을 티슈가 필요해 보인다면 티슈를 내가 먼저 관찰을 하여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준비해 드리는 편이다.
에이 별거 아니네 다 뻔히 알고 있는 것 들인데?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맞다 사실 조금만 신경 쓰면 모두가 할 수 있는 사소하고도 변태 같은 서비스 들이다. 근데 말로는 다들 부자다. 직접 하는 사람과 행하는 업장은 흔치 않다 다녀보면 알지 않는가? 그냥 대충 서비스해주고 말아 버리는 친절한 톤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혼이 담겨있지 않고 나에게 한 멘트를 저 옆에 테이블에 가서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기계 같은 반응들 이거 달라 저거 달라하면 입은 친철하지만 눈으론 욕하고 귀찮아하며 무언가 요청하거나 말하기 전까진 절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모르는 직원들 등등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 다 느껴봤고 그렇게 안 하잖아?
내가 좋아하는 셰프 중 한 분이신 이연복 셰프님이 어느 날 방송에서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아니 이렇게 레시피랑 하는 거 다 알려줘도 괜찮아요? 이거 다 나가도 되는 거예요?
누가 똑같이 따라 하는 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에
'괜찮아 어차피 다 알려줘도 귀찮아해서 안 해 못 해 할 사람은 진작에 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