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넉살, 적당한 뻔뻔함
우리는 리조토나 필라프에 들어가는 밥을 미리 준비해 둔다. 리조토 같은 경우에는 생 쌀을 이용하여 하는 것이 맞지만 매장 특성에 맞게 우리 스타일로 변형한 것이다. 맨 처음 올리브 오일을 두른 냄비에 당근과 양파 마늘 버터를 적당량 넣고 살살 볶아준다 버터가 온전히 녹고 버터의 풍미와 향긋한 야채들의 향이 살며시 고개를 들 때 쌀을 넣고 조금 더 볶아준다. 그리고 물을 적당량 넣는데 지금부터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물을 넣고 재료들이 어느 정도 뒤섞였을 때 불을 최대한 강하게 댕겨서 초강불로 물을 졸인다. 이때 불이 아주아주 강하기 때문에 물이 다 졸여질 때까지 계속 쌀을 저어주어야 한다. 뜨거운 열기와 증기를 참으며 쌀을 저어주다 보면 쌀이 물을 거의 다 먹었나 싶은 순간이 온다. 그때 불을 약하게 불로 줄여주고 뚜껑을 덮는다. 여기서 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냄비가 들러붙을까 두려워 훅 불면 꺼질 정도로 불을 약하게 하면 쌀이 영원히 안 익는다. 아주 약한 불이 아닌 살짝 일렁이고 존재감이 보이는 그 정도 딱 적당한 정도에서 유지를 해줘야 한다. 그렇게 10분을 익히고 타이머가 울리면 밥을 고르게 섞어주고 다시 10분을 익힌다. 그럼 아주 고슬고슬하고 향긋한 기본 베이스 밥이 완성된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에 군데군데 얼굴을 붉히고 있는 이쁜 당근과 살며시 올라오는 마늘과 버터의 풍미 다른 걸 곁들이지 않아도 밥 그 자체가 아주 맛이 좋다. 이 방식을 통해 밥을 짓는데 그럼 놀랍게도 냄비 바닥에 늘러 붙는 밥이 하나도 없다! 즉 로스가 없고 냄비 바닥도 온전히 관리하기 쉽고 밥도 굉장히 고르게 잘 된다. 이 방법은 나의 요리의 길을 일러준 대 선배님 이시자 스승님이 알려주신 방법인데 처음 이 방법을 활용할 땐 애를 많이 먹었다. 그 적절한 불 세기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해 밥이 설 익거나 아님 냄비 바닥에 완전히 늘러 붙어버려 버리는 것이 태반이거나 등등 굉장히 많이 혼났었는데 지금은 타이머 없이도 감으로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불 조절을 통해 깔끔하고 맛있는 밥을 지어낸다.
손님을 응대할 때 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계처럼 찍어내는 듯, 누가 보고 들어도 가시적인 멘트와 웃음은 손님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그저 그런 평범한 혹은 무색무취의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적당한 넉살과 뻔뻔함을 지니고 있다면 손님에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남기거나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손님을 웃게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큰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나 마지막으로 우리의 공간을 떠나가기 전에 웃음을 선사한다면 긍정적인 감정으로 마무리되는 것 이기에 손님의 기억에 더욱 강렬하게 남게 된다. 반대로 다 좋았는데 마지막에 기분이 불쾌해지거나 등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마무리된다면 그 손님은 다시 이곳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마지막 문을 나서는 순간의 감정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단골이 되거나 다신 오지 않거나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인간이 무언가를 기억할 때 단순 장면을 이미지로 저장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더해서 저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적당한 넉살과 뻔뻔함은 밑도 끝도 없는 넉살과 뻔뻔함은 절대 아니고 실수를 하고도 당당하게 행동하라는 등의 그런 류는 더더욱 아니다. 나의 경우를 예시로 설명해 주겠다. 한 손님이 우리의 샐러드를 먹고 드레싱이 너무 맛있다고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하는 경우였다. '이거 드레싱 레시피가 뭐예요?? 너무 맛있는데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한번 상황을 생각해 보고 상상으로 대답해 보라 그 후 나의 대처와 무엇이 다른지 확인해 보라. 대답은 잘하였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유 당연히 저희의 정성과 땀이 들어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그 손님은 살며시 웃으며 '하하하 그래도 그 정성과 땀을 어떻게 흘렸는지 궁금한데'
이쯤 오면 보통 사람들은 죄송합니다가 나오거나 웃으며 흘러 넘긴다. 하지만 나는 딱 넉살 1T 스푼을 더해준다. '그거 알려주면 이제 저희 샐러드는 드시러 안 오시는 거 아닙니까 ㅎㅎ ' 이 대답을 들은 손님은 크게 웃으며 '아유 그래도 먹으러 오죠~' 그래서 난 '그럼 다음에 오실 때마다 하나씩 알려드릴게요 어떠세요' 여기서 손님은 빵 하고 터졌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이 손님은 실제로 매주 주말에 찾아오시는 손님이 되었고 드레싱 레시피와 크림치즈 브랜드의 정보를 얻어가셨다. 그러고 나서도 꾸준히 오시는 단골손님이 되셨다. 이 손님은 이제 나만 보면 웃으신다. 이 말은 즉 우리 공간에 들어오기만 하면, 우리 브랜드를 생각만 하면 긍정적인 반응과 감정이 올라온다는 뜻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손님은 반드시 다시 찾아오게 되고 이 감정을 유지한다면 우리의 브랜드와 공간을 자신의 주변에 퍼트리기 시작한다. 부정적이던 긍정적이던 중립적이 아닌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진 감정은 강한 전염성을 지니고 있다. 이 경우 손님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치우쳐져 우리를 기억하게 되었고 실제로 오실 때마다 동행하는 일행이 달라지며 그 일행은 따로 재방문하고 또 다른 일행을 데려오기도 한다. 이것이 한 손님에게 긍정적인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때 따라오는 부수적인 효과이다. 적당한 넉살과 뻔뻔함을 지녀라! 이를 지닌 채 순간순간 센스 반응은 손님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아주 훌륭한 미끼이다. 손님마다 다르지만 이를 정말로 싫어하고 극도로 혐오하는 손님은 없다! 신기해하면 신기해하지 이보다 더 나쁜 반응은 없다 장담한다. 왜냐하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생각하고 다른 서비스 업장을 방문할 때 유심히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다. 와 정말 다들 기계 같다 혹은 다들 영혼이 정말 없구나 하는 것을. 이렇게 넉살을 피우고 뻔뻔하기 자신 없고 부끄러울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근데 서비스 업에 몸 담겠다 하고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생각해 보자.
손님한테 적당한 넉살과 뻔뻔함을 통해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게 부끄러울까?
아님 내 지갑과 통장에 돈이 없는 게 더 부끄러울까?
명심하자 우리의 자본은 모두 손님에게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