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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주영 Apr 16. 2024

인정하는 말(Words of Affirmation)

5가지 사랑의 언어(The Five Love Languages)

내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

얼마 전, 부부가 함께 모이는 교회모임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의 언어를 알아볼 수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과 '함께하는 시간' 이었고, 아내가 고른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과 '봉사'였다. 우리는 서로 '인정하는 말'을 들을 때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사실 7~8년 전쯤에도 같은 조사를 했었다. 그때 나의 사랑의 언어는 '봉사'였고, 아내는 '함께하는 시간'을 선택했었는데 함께 살아오며 사랑을 느끼는 부분이 달라져있었다.


미국의 인간관계 전문상담가이자 결혼·가족생활 컨설턴트사(Marriage and Family Life Consultants Inc.)의 대표인 게리 채프먼의 저서 '5가지 사랑의 언어(The Five Love Languages)'에는 1)인정하는 말, 2)함께하는 시간, 3)선물, 4)봉사, 5)스킨십 이 다섯가지를 사랑의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언어라는 것이 내면에 있는 생각을 상대방이 알 수 있도록 표현해서 전달하는 수단이니, 이 다섯가지가 전부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서로 사랑하는 부부관계에 있어서 주고받는 모든 표현들을 카테고라이징 하다보면 어느 정도 귀결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생각하는 사랑의 언어를 파악하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우화 속에 '소와 사자의 사랑이야기'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소와 사자는 서로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결혼했습니다.

소는 날마다 최고의 좋은 풀을 골라서 사자에게 대접했습니다.
사자는 풀만 먹기 불편했지만, 소의 정성을 생각해서 꾹 참고 먹었습니다.

사자는 소를 위해 매일 사냥해서 최고의 고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소는 힘들었지만 사자를 위해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긴 세월 서로 사랑이라 여기며 꾹 참아왔지만 더이상 견딜 수 없게된 소와 사자는
서로 불평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서로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나는 너를 위해 늘 최선을 다했다."

소와 사자는 결국 헤어졌습니다.

우리 부부도 서로 사랑해서 나름대로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왔지만, 나는 나의 방식과 내가 생각하는 최선을 것을 주려했고, 아내는 아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것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어긋날 때가 종종있었던 것 같다. 비록 그 모든 순간에 나는 아내를 위해 내가 할 최선의 노력과 고민을 하고 행동했던 것이지만, 그것은 나에게 완벽한 선택이었을 뿐, 상대방의 마음에는 사소한 파동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가?

"여자의 마음을 너무 모른다"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이야기들의 속사정을 들어보면 비슷한 이야기이다. 회사 동료 중에 결혼기념일 마다 꽃을 사가는 직원이 있었다. 낭만적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영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답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아내가 과연 꽃 선물을 좋아하는지 여부다. 좋아한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그렇지만 꽃보다 블링블링한 선물을 좋아한다면 그런 선물을 준비하는게 맞고, 선물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원한다면 하루 휴가를 내어 온전히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사랑의 언어가 될 것이다. 다행히 그 직원의 아내는 꽃 선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직원은 아내가 바라는 사랑의 언어를 제대로 알고있는 것이다.


내가 아내와 종종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 솔로인 남녀들이 모여서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짝을 이루는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에는 흔히 말하는 연애 고수인 사람도 있고, 한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는, 소위 '모태솔로'인 출연자도 있다. 이 두 종류의 사람들이 이성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걸 보면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연애 고수는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캐치해서 공략하는 반면, 초보인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침에 데이트를 하는데, 상대방이 아침식사를 부담스러워 한다면 카페나 브런치 어떠냐고 물어보는게 고수인 반면, 초보는 본인이 드시고 싶은 감자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ㅠ) 너무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관계에 있어서 누구나 매력적으로 느끼고 누구에게나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나의 필요를 알아주는 사람, 곧 나에게 완벽한 사람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한가? 혹은 서로에게 얼마나 완벽해지고 있는가를 바로 사랑의 언어를 통해 조금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

밴 애플렉(Ben Affleck)과 맷 데이먼(Matt Damon)이 함께 각본을 쓰고, 직접 주연을 맡아 연기한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방황하는 청년 윌 헌팅(맷 데이먼 扮)을 상담해주는 멘토인 숀 맥과이어 교수(故 로빈 윌리엄스 扮)는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조언을 해준다.

이성과의 관계에서 진실되지 못한 만남을 이어가는 청년 윌 헌팅에게 완벽해보이려는 이미지를 버리라고 조언하며, 스스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기준과 모습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얼마나 잘 맞는 사람인가에 따라 그 관계가 진실되는 것이라 말한다.


인정하는 말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사실 내 아내가 인정하는 말을 사랑의 언어로 골랐을 때, 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인정하는 말을 해주면 좋을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아내는 전에 유치원 교사로 일했지만 지금은 전업주부로서 가정을 돌보고 있다. 가정에서 아내의 헌신을 잘 알기에 나는 항상 표현을 하는 편이다. 가사 일에 대해 내가 마음만큼 자주 돕진 못했지만, 늘 고마움을 표현하고, 요리를 해주면 항상 맛있다는 피드백을 전한다. 그리고 아내가 주부로서의 역할 외에도 교회에서 봉사를 하거나, 공부를 할 때에, 참 대단하고 멋지다며 아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인정하는 말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것으로 내가 충분히 인정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아내와 대화를 해보니,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해 온 것들은 '인정(Affirmation)'이라기 보다는 '칭찬(Appreciation)'에 가까웠다. 아내가 바라는 인정은 아내의 결정이나 행동에 대해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아내가 자신이 만난 문제거리에 대해 말할 때면 나는 늘 그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객관적인 시선에서 평가내리려고 애써왔던 것 같다.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이러한 남자의 태도가 여자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모습이라는 것을 들었으면서도 고치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내가 내게 바랬던 것은, 설령 아내가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빠른 길이 있다고 알려주기보다, 그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인정해주고 응원해주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설령 택한 길이 멀고 다소 험준할지라도 이러쿵 저러쿵 불평하지 않고 기꺼이 동행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떠나버린 윌 헌팅(맷 데이먼 扮)을 생각하며 미소짓는 두 사람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두 인물의 표정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한 명은 윌 헌팅의 절친 처키 설리번(밴 애플렉 扮)이고 다른 한 명은 멘토였던 숀 맥과이어 교수(故 로빈 윌리엄스 扮)이다. 이들은 모두, 떠나버린 윌 헌팅을 생각하며 웃음짓는다. 힘들게 얻은 대기업 취직자리를 걷어차고 사랑하는 여인을 따라 떠나버린 윌 헌팅의 선택을 바라보는 두 사람은, 그의 선택을 존중해준다. 이미 떠나버린 뒤라 말로 응원하진 못하지만, 그저 미소로 화답한다.


우리의 인생에 때론 나의 선택이 최선의 것이 아닌, 손해보는 결정이었다고 해도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와 가족이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떠나는 윌 헌팅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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