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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Dec 24. 2023

크리스마스트리 보며 멍 때리기


어릴 땐 연말이 되면 엄마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주셨던 것 같다. 내 키를 조금 넘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난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동그랗고 반짝이는 오너먼트들을 달고 줄 전구를 휘휘 둘러 전원을 켜면 칙칙했던 진초록 나무가 환하게 빛나며 집 안을 밝혔다.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선물을 놓고 가신다고 했다.






남편과 함께하는 첫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집 안에 놓을 트리를 꾸몄다. 순전히 내 욕심에 하게 된 일이었다. 진짜 나무처럼 생긴 트리를 구매하자니 값이 꽤 나갔다. 그렇다고 허술하게 아무 트리나 놓고 싶진 않아서 거금 15만 원을 들여 트리와 전구를 구매했다.


며칠 뒤, 기다리던 트리가 도착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잎을 펴서 트리의 모양을 갖추도록 열심히 다듬었다. 그리고 줄 전구로 트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별 오너먼트는 없어도 반짝반짝 빛나는 트리가 참 예뻤다. 어릴 적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신다면 예쁘게 꾸며놓은 트리를 보고 선물을 놓고 가실 거라 믿었던 동심이 살아나는 듯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연말 어느 시간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한 해를 회고한다. 한 때는 큰 일처럼 느껴졌던 행복과 고난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모두 다 잘 되었지 않느냐며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한 해의 마무리가 이렇듯 후련하다면 후회 없는 한 해를 잘 살아낸 것이리라. 한 해의 다짐과 후회는 반짝이는 것들 속에 모두 묻어두자. 어느덧 전구가 꺼지고 하얀 눈이 녹으면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다시 발을 내디뎌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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