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사원 Dec 10. 2023

여행의 설렘은 준비에서부터


MBTI 검사를 하면 파워 J가 나오는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순간들이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더 설렐 때가 있다. 여행을 떠나는 그날까지 D-day 설정을 해두고, 자꾸만 들여다보면서 날짜를 세자면 설레는 마음이 샘솟는다.






20대 초반 태어나 처음으로 친구와 유럽으로 자유여행을 떠났다. 영국 런던 IN, 이탈리아 로마 OUT으로 3주  조금 넘는 여행이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어른들 없이 떠나는 여행이 설렜던 건지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나 여행 계획을 짰다. 디자인 전공을 하는 친구는 우리의 여행 계획을 조그만 책자로 만들기도 했는데 그때의 정성을 지금 생각하자니 새삼 대단하다. 당시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구글맵을 켜서 검색해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90년대 아날로그 바이브로 준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여행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숙소, 기차, 비행기 시간 등을 꼼꼼하게 적으며 계획을 준비했지만 막상 가서 정확하게 지킨 것은 처음 서너 일뿐이었다. 그다음부터는 다양한 변수가 우리를 맞이했는데, 스위스에 가는 기차를 놓쳐서 독일까지 슬리핑 버스를 타기도 했고, 베네치아에 가는 비행기를 놓쳐서 새로 비행기 표를 끊어 아주 캄캄한 밤에 도착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숙소 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얼마나 난감했던지.

하지만 우리의 여행은 계획대로 되는 것 없는 재밌는 여행이 되었다. 지금도 유럽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와 만나면 그때만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고 곱씹는다. 그리고 그때의 여행이 지금 우리가 다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고.


여행은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설렘을 준다. 나는 그 이후에도 여행을 갈 때면 구글 맵에 새로 지도를 만들어 가고 싶은 곳에 점을 찍고 여행 동선을 만들어보곤 했다. 특히 '트리플'이라는 앱을 활용해 날짜별로 관광지와 맛집에 포인트를 찍으며 동선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친구와 갔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도, 혼자 갔던 오사카와 뉴욕 여행, 심지어는 가까운 제주 여행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도 위에 그려본 수많은 점들이 설렘을 배가시켰다. 이렇게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고 나서 오히려 느슨하게 여행하며 예측 불가한 상황들을 마주치면 아이러니하게도 더 재밌는 여행이 되었다. 여러 가지 방법과 변수를 이미 한 번쯤 생각해 보았기 때문에 예측 불가한 일들에 겁먹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또한 완벽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요즘의 나는 11월의 신혼여행을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항공권부터, 숙소, 관광지까지 각종 바우처를 예매하면서 온통 그 생각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혼여행지로는 생전 처음 가는 스페인을 골랐고 우리는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 그리고 스페인의 남부 도시들을 여행할 예정이다. 스페인어도 못하거니와 생전 처음 마주치는 문화의 도시라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유럽 여행 카페를 여러 번 드나들며 나만의 여행 계획을 어느 정도 세우고 나니 그러한 두려움도 꽤나 사라진 것 같다. 특히 바르셀로나 도심 지도는 몇 번을 훑어봐서인지 '대충 3일 정도면 도시를 전체적으로 훑어보는데 충분하고, 근교 여행을 하루 이틀 더 하면 더 좋다'까지도 툭 치면 나올 정도가 되었다.


대신 여행을 미리 준비하는 데 있어 조심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사진으로 너무 많이 접하지 말 것! 눈으로 정보를 찾는데 어떻게 사진을 보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화면에 아름다운 관광지 사진이 뜰 때마다 최대한 흐린 눈을 하고 보면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한다. 이렇게 미리 보지 않음으로써 여행지에서만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다.


여행을 하기 전 설렘은 일상생활에도 활력을 준다. 여행 계획은 그 자체만으로도 달콤한 보상과도 같아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특별함을 선사한다.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달까. 또 이미 지불해 버린 비행기값과 숙박 비용을 최대한 가치 있게 사용하려면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최대한 많이 공부하고 익숙해져서 가는 것이 필요하다. 막상 가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좋다. 그것 또한 여행의 재미이니까!


신혼여행 이후엔 소소한 호캉스와 내년 2월 오사카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매주 주말을 여행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맞이해 보자 다짐해 본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월화수목금, 이 다섯 요일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할 수 있게 말이다.




스페인 신혼여행에서 즐거웠던 나!


이전 01화 가을 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