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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Nov 12. 2018

일상의 쉼표, 호캉스

직장인으로 오래 살아남기



지난주 나는 잦은 스트레스로 위염과 두통을 연발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퇴사하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주문을 외면서 회사를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택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인 나는 퇴사 외에 내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직장인으로써 나의 행동패턴을 보면 주말엔 에너지 0%로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약속은 가아끔, 운동도 가아아끔, 읽자고 사놓은 책도 몇 장 뒤적이다 그만두는 그런 게으른 사람! 그래서 무작정 예약한게 호텔이었다. 주변 환경이라도 좀 달라지면 내 마음가짐이 변할까 싶어서, 그리고 오랜만에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곳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에. 더욱이 서울에서의 호캉스라면 관광이다 뭐다 신경쓸 일도 없어 좋다.


오후 2시 체크인으로 호텔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쾌적하고 아담한 공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며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잠시 누워 멍을 때리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잠을 자거나 그랬다. 세상에나, 하루 24시간이 이렇게 길었? 일상에서 한 발자국 떨어졌을뿐인데 내 하루가 이렇게나 평화롭고 길다니.




아침에 일어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대여섯시쯤 눈을 떴는데 창밖으로 동 트는 모습까지 경이로웠다. 고요한 아침. 약간의 오바를 보태면 2015년 유럽여행을 갔을 때와 별반 다름없는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나 호캉스 하나로 이렇게 행복해도돼? 이렇게 일상의 쉼표, 제대로 찍어도 되는거야? 이것이야말로 요즘 사람들이 열광하는 '소확행'인가 싶어 친구에게도 꼬옥 호캉스 해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요즘 소중한 매일을 살면서 힘들어 하는 주변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가 그 중 최고가 아닐까 싶은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이니 매일을 긍정으로 살자! 이런 말들은 정말로 현실성이 없다. 곰돌이푸는 '매일 행복하지는 않아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며 자기 위로 문구를 던져주었지만, 사실 일상을 살면서 그의 격언을 되새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직장생활만 해도 상사의 지랄, 성희롱 아닌 성희롱, 동료의 투 머치 인포메이션, 그것도 아니면 사람많은 출근길 풍경에만도 넌더리가 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테니.


어쨌든 이번 호캉스는 나에게 있어 최고의 쉼표였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하루 보내기. 이것만큼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안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변함없는 현실은 이 호텔방을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듯 계속 되겠지만. 직장생활에서 번아웃되었다고 느낄 때, 쿨하게 '나 좀 쉬어야 겠다!' 생각하고 셀프 휴가를 누릴 줄 아는 것도 직장인의 필수 덕목이 아닐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생 즐겁게 롱런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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