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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Mar 22. 2020

인연의 길이는 공들인 시간만큼

2020년 이야기



'인연의 길이는 공들인 시간과 비례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사람들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던데, 글쎄. 여러 번 겹친 우연한 만남을 인연인 마냥 포장하지는 말자.


사랑에 있어 금사빠에 가까운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넷플릭스의 '연애 실험 : 블라인드 러브'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실험 참가가들은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로만 서로를 파악하게 된다. 인종과 외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강한 끌림을 느낀 출연자들은 약혼에 성공하게 되는데, 그렇게 약혼에 성공한 출연자들만이 서로의 외모를 볼 수 있다. 이들은 약혼한 후에는 각자의 다른 점을 맞춰 나가며 결국 그래서 '결혼할래, 말래'(yes or no)를 선택한다.


실험의 주제는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가'인데, 나는 실험의 주제에는 격하게 동의하면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약간의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실험에 성공한 사람들은 보지도 않고 사람에 빠져버린 것이 아니라, 결국 보지도 않은 상대와 '보고 나서도 사랑의 마음을 이어나갔다'. 그런 사랑이 과연 있을까 했는데, 있긴 했다. 심지어 굉장히 견고한 형태로.


'블라인드 러브'에서 성공한 커플들에겐 반드시 노력의 시간이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실험 최종 목표인 결혼까지 가지 못한 커플들은 모두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 혹은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했다. 순간의 '이 사람이다!'하는 마음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믿음이 바탕이 된다면,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관계의 깊이와 인연의 길이는 더욱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쇼의 비하인드까지 매번 찾아보는 열혈 시청자이므로, 다소 결과론적인 발상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인연의 길이는 공들인 시간에 반드시 비례한다. 그러니 사랑이 빨리 끝났다면 결국은 누구 하나 제대로 노력하지 않은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하니 나는 상대를 얼마나 알려고 노력했는지, 또 나를 얼마나 이해시키려 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말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관계에 무책임한 발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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