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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Jan 22. 2019

'미안'의 이중성

미안하다고 하면 그만인가요



'죄송'보다는 가볍지만 어느정도 예의를 갖춰 상대방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을 표현할 때 자주 쓰는 말. '미안'


'미안'은 남에게 대하여 마음이 편치 못하고 부끄러움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안하다 이야기할 줄 아는 것을 곧 예의라고 생각해왔다. 잘잘못조차 구분치 못하는 파렴치한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꾸어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했을 때  선뜻 미안하다 이야기해주면 금세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잘 풀리는 편이기도 하다. 내가 그렇듯 다른 사람도 똑같은 마음에서 미안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상생활에서 미안이니, 죄송이니 하는 부끄러운 마음을 지우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아니, 그런 마음을 가질지언정 입밖으론 절대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쫌생이같다구? 나는 나 이외의 사람들이 모두 미안하다 입에 달고 사는 줄 알았으니 당연하지.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맘에 걸리는 일도 있다. 미안하다 이야기하는게 마치 '나는 이만큼 반성했으니 용서해줘'와 같이 용서를 갈구하는 막무가내의 언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화가 나거나 어이가 없으면 그 누가 미안하다한들 진심으로 먹히지 않는 법이다. 내가 기분이 나쁜데, 니가 미안하다한들 내 기분은 이미 나쁜데!





미안하다 이야기하는 것이 능사일까?


적어도 위기의 회피수단으로 '미안'을 이용하지는 말아야겠다. 어느 날 누군가를 향해 있는 힘껏 불쌍한 척하며 미안하다 외치는 날 보았는데 아차 싶었다. 사람이 잘못하나 없이도 이토록 비참해 질 수 있구나 싶었다.


'미안'은 없던 잘못도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예의의 수단으로 생각했던 언어가 악용되거나 달리 비춰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겐 충격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안해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떤 잘못으로 어떤 피해를 주었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상처를 헤아리지 않는다. 나 역시, 나 자신의 상처에만 집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안'은 좋은 말도 나쁜 말도 자주 써야 하는 말도 쓰지 않아야 하는 말도 아니다. 말을 주고 받는 관계나 상황에 따라 적절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좋아'나 '싫어'같은 의사 표현일뿐이다.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부끄러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했던 수많은 미안에게 미안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미안의 이중성 앞에 쓸데없이 예민해져서는 사람 관계에 넌더리를 치는 내가 우습다. 어떻게든 덜 상처받으려고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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