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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석 Apr 21. 2022

그러지 말고 혼자 떠나보세요.

리마인드 세계일주 열한 번째 이야기

혹자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개인을 참 무시해요.'


모두가 관계망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혹 관계망을 벗어나면 그 사람을 존중해주지 않을뿐더러, 인정해주지도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것 때문에 삶이 굉장히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집을 떠나 온 지 두 달이 흘렀을 즈음, 특별히 혼자 떠났을 때에 누릴 수 있는 유익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


물론 혼자 떠나게 된다면 함께하는 동행이 없기 때문에 다소 심심(?)할 수도 있고 또 특정한 장소에선 위험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사진을 남기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혼자 떠남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은 바로, 처음 마주한 시공간에서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함께하는 동행이 없으니 다음 날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실컷 침대에서 뒹굴고, 그렇게 뒹굴다 먹고 싶을 때 먹으며, 또 목적지를 향하다가도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이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면 얼마든지 그 걸음을 멈추고 그 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러한 유익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름에 있어서도 온전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데, 예컨대, 나는 집에서는 장남이자 형으로, 학교에서는 학생이자 임원으로, 또 속한 기관과 교회에서는 나의 다른 여러 이름들이 존재한다.


때문에, 이러한 혼자만의 떠남은 내게 부여된 모든 것들을 합법적으로 내려놓고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것은 곧 일전에 내가 신경 썼던 모든 초점들을 오직 나에게만 맞춤으로,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잠잠히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내 내가 어떠한 사람이고, 또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새로이 알아갈 수 있다.


별과 은하계, 그리고 우주의 구조적 관계가 원자와 세포, 그리고 사람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되기에, 사람은 ‘소우주’라 불린다. 하지만 비단, 구조적 관계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지닌 색깔들이 저마다도 너무나 다양하기에 사람은 단연 ‘작은 우주’인 것이다.


낯선 땅을 홀로 걷다 예상치 못한 여러 소우주들과의 만남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비록 인종도, 문화도, 언어도, 관계망도 다르지만 진심 어린 눈빛과 따뜻한 미소를 곁들인 바디랭귀지만 있어도, 서로의 삶을 나누고 위로해주기에 충분하기 때문.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또한 혹 너무 지쳐있다면,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그러지 말고 혼자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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