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고 막 덤빌 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말하는 시기. 클래식에 대한 요즘 나의 상태다. 주는 대로 다 받아먹는 아기처럼 여기면 여기, 저기면 저기. 오라는 데는 다 가고, 가자는 곳도 웬만해선 모두 간다. 그날들이 주말이면 더욱 땡큐다.
독서팀에 클래식 마니아가 몇 있다. 그들의 추천은 무조건 GO! 책 솥밥 함께 먹은 지 3년이 넘었으니 믿고 보는, 믿고 읽는 든든함이 있다. 덕분에 무의미하던 시간이 몇 개는 유의미해졌고, 며칠이 부요해졌으며, 몇 주를 행복하게 기다리고, 몇 달을 용감하게 견딜 힘이 생겼다.
격주마다 업데이트되는 음악을 다운로드하여 들은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동안 나를 훑고 간 베토벤, 브람스, 스메타나, 모차르트, 비발디, 테오도라키스, 슈만, 토스티, 바흐, 부르흐ᆢ. 앞으로 16절까지 부르고도 남을 노래 가사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세기의 작곡가들이 이렇게 멋진 음악을 수없이 남기고 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 나의 삶이 지루한 무음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들이 남긴 선율에 삶을 맡기고 마음껏 자유롭고 행복하고 싶다.
오늘은 문지영, 그녀가 내게로 왔다. 친절한 세상에는 다정한 이웃들이 많다. 그들의 유튜브에서 문지영의 스토리를 찾아 연주회에서 들을 곡을 미리 예습한다. 거실의 빨간 소파는 저장해 둔 곡을 듣기에 최상의 장소다. 리클라이너 기능을 최대한 작동하여 몸을 젖히고 미리 나 홀로 클래식 파티를 하는 것이다.
멋진 오디오가 없어도 된다. 아직 음악에 어둡고 둔한 나는 소리만 흘러도 감동하는 신생아다. 슈만의 어린이 정경과 클라브생 모음곡집 가단조, 드뷔시 영상 2집과 다비드 동맹 무곡을 듣는다. 착한 예습은 연주회장에서의 감상을 더욱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그것이 무엇인지 표현할 수 있는 언어와 문장이 아직은 내게로 오지 아니하여 이곳에 새기지는 못하겠으나, 어쩌다 몸이 전율하고 마음이 벅차오르고 감격의 눈물이 흐르기도 하니 이만하여도 나는 족하다.
아무튼, 클래식 아닌가. 내게로 올 기다림의 날과 시간, 그것조차 행복한 날갯짓이 되어 나의 하루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하늘에 오선이 있다면 드뷔시의 '잎새를 스치는 종소리'를 띄우고 문지영을 만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