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라는 놈,

by 글똥

벌써 세 번째 졸라덱스다. 썰어 놓은 수박 한 통을 사서 코를 박고 먹은 그날, 갱년기 증상이 심해졌다. 자려고 누웠는데 참을 수 없는 더위가 온몸을 감쌌다. 이불속 발을 뻗어 창문을 한 뼘 열었다. 베란다에 갇혀 있던 찬 공기가 잽싸게 안방으로 들어왔다. 언제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쏜살같이 들어와 더운 공기를 내몰고 냉큼 안방에 자리를 잡았다.


이틀이 지났고, 여전히 나는 문을 열었다 닫았다, 옷을 입었다 벗었다, 전기장판을 켜고 얼음 동동 생수를 마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벅지의 통증이 여전히 강하고, 알로에를 듬뿍 바르고 피부가 진정되길 기다린다.


이 모든 것이 일상의 사소한 변화였던 시절이 있었다면, 지금은 어떤 사소함도 존재하지 않는, 무심하게 넘어갈 몸의 증상이 하나도 없다는. 혹시나, 행여나, 설마의 부사를 아무리 잇대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 암이란 그런 것이다. 아닌 척, 괜찮은 척, 대담한 척 웃고 있어도 불쑥 슬픔이 밀려오고 금방 걱정이 앞서고 어느새 눈물샘을 길어 올리는 몸을 갖는다는 것이다.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으나 벌써 6개월이 흘렀고, 잘 살아내고 있다. 시간이라는 놈, 내 옆에 찰싹 붙어 턱 괴고 나를 본다. 웃고 있다. 나는 그놈에게 속삭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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