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로소이다

by 글똥

어쩌면, 그것이 가장 겨울스러울 수도 있겠다. 우뚝 서기 위해 화려한 색을 버렸다면, 깊이 잠들기 위해 따뜻한 바람을 거부했다면. 너의 텅 빈 충만에 삭막한, 메마른, 빈약한, 바스락거리는 갈잎의, 산산이 부서진, 꽁꽁 언 저수지와 황폐한 들녘이 들어 있는 게 맞다. 그러므로 1월은 텅 빈 그것들의 절정이 더욱 투명하지만, 내겐 모든 것이 무척 절망스럽다.


그러나, 뜻밖의 반란은 남쪽의 먼 나라에서 시작되거나 북쪽에서 느닷없이 내려오기도 한다. 기다렸던 의 방문은 올해도 어김없어 반갑다.


아무리 겨울이 기세 등등 어깨를 펴고 세상을 호령하여도 붉은 동백이 꽃망울을 열기 시작하면 텅 빈 절정은 온데간데없다. 꽃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사람들은 귀신같이 듣고 무리 지어 섬으로 간다. 시절을 나는 '견디는 힘'이라고 부른다.


뼈들이 앙상한 우듬지와 더 높은 곳에서 오래 춥고 외로웠던 산들의 등뼈를 향한 눈송이의 끝없는 내리사랑도 결국은 겨울의 모든 비움 뒤에 오는 반란의 축복. 그 또한 내게는 쓸쓸한 계절을 견디는 희망이다.


오늘도 내 깊은 잠을 깨우려고 나를 마구 흔드는, 아주 붉거나 매우 흰. 그것은 봄도, 여름도, 가을도 아닌, 절망이라 불렀던 그 겨울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