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하루키처럼
삶이 느슨해지면 우리, 함께 달리자
땀이 흐른다. 덕분에 늘어졌던 몸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숨 가쁜 주중과 달리 주말이면 느슨해지는 삶의 나사가, 달리면 달릴수록 팽팽하게 조여진다. 긴장한 몸에 힘이 들어가고 뇌에도 산소가 넉넉히 공급되면서 해야 할 일에 대한 의욕이 되살아난다.
아침 일찍, 화상 독서 모임을 했다. 늦은 새벽에서야 겨우 잠들었는데 세 시간 동안 모임을 하고 나니 눈도 시리고 몸도 힘들었다. 점심을 먹고 잠시 누워 있으려고 한 것이 저녁까지 잠을 자고 말았다. 눈을 뜨니 햇살 좋은 풍경은 사라지고 어스름한 밤이 깊었다.
짧은 봄날의 주말 오후가 하릴없이 가버린 것의 아쉬움에 화가 났다. 피곤하더라도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어야 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커피를 마셨다. 푹 잤음에도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의 시간이다. 이렇게 오늘이 가면 내일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 나의 주말 루틴은 대체로 그렇게 흘러왔다.
몸을 일으켜 현관을 나선다. 몸도 찌뿌듯하고 속도 더부룩하다. 헬스장엔 사람이 드문드문 있다. 비어 있는 러닝머신 위로 올라가 천천히 걷는다. 조금씩 속도를 올리고 달리기 시작한다. 숨이 차오른다. 땀이 흐른다. 쉬지 않고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한다.
하루키, 그는 마라톤을 한다. 글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 그의 마라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설가 김연수도 글쓰기를 위해 달린다고 했다. 내게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있거나, 삶을 향한 의욕이 밥벌이로 지쳐 있을 때 달리기는 좋은 활력소가 된다. 그들로 인해 내 삶에도 달리기가 들어왔다. 덕분에 글쓰기를 향한 마음가짐이 건강하고 넉넉해졌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하루키와 김연수의 달리기가 내게 끼친 선한 영향력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삶의 좋은 습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러닝머신 위에서 많은 생각이 흐른다. 아마 달리기를 하던 그들도 무언가를 생각하며 열심히 나아가지 않았을까. 나태해지려는 자신을 일으키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복을 입었을 것이다. 기계 위에 찍히는 운동 시간이 늘어날수록 나는 삶을 향한 의욕으로 차오른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새 마음이 생긴다.
기울어졌던 오늘 하루가 조금씩 바루어지고 있다. 흐르는 땀을 닦고 앉은 책상 위에서 남은 시간을 촘촘히 채우며 방점을 찍는다. 오늘도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