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감자

by 글똥

아침부터 울리는 벨소리, 엄마다. 엄마의 아침은 이렇게, 언제나 일찍 시작한다. 도시의 새벽이 엄마에게는 밭과 들의 일을 벌써 마치고 돌아온 휴식의 시간이다. 잠시 짬 내어 딸에게 안부를 전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잠결에 받는 내 목소리보다 더 건강하다. 오늘은 수확한 감자 이야기로 할 말이 많다. 애써 지은 감자를 빨리 와서 가져가라는 엄마의 엄명. 그러나 나는 아직 엄마의 집을 들락거릴 운전 실력이 안된다. 늘 가져다주는 지척의 큰언니가 요즘 매우 바쁘다 보니 덩달아 나도 엄마가 지은 농사를 수급받지 못하고 있다.

"쥐새끼들이 내 감자를 다 먹는다"

애써 지은 농사를 그놈들이 달려들어 포식하는 중인가 보다. 어느 날 아침, 그 현장을 목격한 엄마는 그놈들을 용서할 수가 없어 화가 나신 모양이다. 서둘러 딸들이 와서 가져가야 할 텐데 모두 바쁘다며 차일피일 미루며 오지를 않으니 애가 탈 만도 하다. 저녁이면 박스에 담았다가 아침이면 펼쳐 놓기를 수차례, 그조차도 힘에 부친 85세 노모의 목소리는 그에 반해 짱짱하다.

"쥐새끼들이 나인 듯 여기고 그놈들에게도 좀 나누어 주소서"

쥐띠인 내가 농담 삼아 던진 말에 엄마는 더 왈칵 화가 났다.

"내가 저놈들 주려고 농사 지었나"

당최 농이라고는 통하지 않는 우리 엄마.

"나 주는 건 안 아깝나?"

"너 주는 건 하나도 안 아깝지"


마침 근처를 지나는 택배 기사가 있어 서둘러 감자를 박스에 싸서 보냈다며 다시 전화가 왔다. 우리 집 가스레인지 위에서 매일 엄마의 사랑이 폭폭 익어간다. 포슬포슬하게 익은 감자를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엄마가 생각난다. 소금과 삼성당 한 꼬집으로 더욱 맛있게 익은 엄마의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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