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의 남자

by 글똥

역시나 이불은 둘둘 말려 있고 베개는 뒤집어진 채 비스듬하다. 요는 침대 끝으로 밀려 바닥까지 닿아 있다. 남편이 떠난 잠자리, 그의 흔적이 요란하다.


우리는 지금 각방을 쓴다. 수술한 자리의 회복과 숙면을 위한 남편의 배려다. 잠버릇이 심한 남편은 코골이와 이 갈기의 명수다. 게다가 동서남북으로 밤새 몸을 뒤척이며 이동한다. 그의 팔과 발에 차이기도 하고 코골이와 이갈이로 수시로 잠을 깨우니 자도 잔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다행히 기숙사로 간 아들 덕분에 안방은 내 차지가 됐다. 그동안 사용한 아들의 싱글 침대는 반대편으로 돌아눕기가 힘들었다. 수술한 부위가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였고, 게다가 오십견까지 와서 누웠다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가 아파 보니 세상의 많은 아픔이 이해된다. 오십을 넘어 골골거리는 자들의 한탄과 아픈 자들의 한숨에도 진심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방학과 개학을 번갈아가며 제 방을 점령하던, 그리고 이제 군입대를 앞두고 한집에서 마지막 동거 중인 아들. 각자 차지한 하나씩의 방. 나는 지난번 악몽이 떠올라 남편과의 안방 동거를 거부하고 거실에 자리를 폈다. 차마 집안의 대들보인 남편을 거실에 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바닥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 밤새 화장실 갈 일은 왜 그리 많은지. 오십견과 관절염, 게다가 수술과 갱년기의 부작용으로 지금 내 몸은 총체적 난국이다. 건강한 몸이 삶의 질을 얼마나 좌우하는지 날마다 경험한다. 시간을 내어 열심히 걷고 스트레칭을 하지만 한 발 늦었음을 실감한다. 이 또한 부질없지만 말이다.


투덜대 봤자 내 심신만 지친다. 얘기를 듣던 친구가 묘약을 건넨다. 아직 걸어 다닐 다리가 멀쩡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매일 아침 향 좋은 커피를 마시고 아삭아삭 사과를 깨물어 먹고 바깥 풍경을 보며 시절을 즐기는 맑은 눈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조금씩 너울대며 내게로 오던 무한 긍정의 문장이 내 생각의 몸피에 접붙여진 건지. 그리고 이내 뿌리를 내리고 쑥쑥 자라난 것인지. 요즘 나를 관통하는 긍정의 사고는 내 삶의 질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남편의 일상까지 보듬게 한다. 역시 살 만한 세상 맞다.


어지러운 잠자리를 정리한다. 가족을 위해 종일 세상과 싸우느라 지친 영혼과 몸이 비로소 자유하는 자리. 두 평 남짓한 이곳, 남편의 못다 한 꿈이 일어나 피터팬처럼 활개를 치고 날아다닌 흔적이라면, 나는 기꺼이 침대 위의 한 남자를 위해 정리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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