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의 재발견

by 글똥

숲을 산책하는 일은 즐거움이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 대로 나는 숲으로 간다. 모기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내 걸음을 막을 수 없다. 기피제를 온몸에 뿌리고 걸어도 왱왱거리는 모기 군단은 어김없이 경계를 뚫고 내 피를 가져간다. 저들도 살자고 덤비는데 별 수 없다. 한 모금 정도야 기꺼이 내어 주는 용기.


아파트 홍보용으로 받은 플라스틱 부채가 이럴 때는 제격이다. 열심히 부채질하며 숲을 통과하면 걸음 수보다 배나 많은 부채질로 팔이 아프다. 이 모든 수고를 감내하고도 숲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자연이 가진 힘이다. 나를 사로잡는 초록의, 신록의, 녹음의, 녹우의 낱말이 간직한 모든 것이다. 길 위에 펼쳐진 그 풍경을 어찌 내가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감탄하여도 부족한 풍경은 시시각각 그 형태를 바꾸어가며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연애로 치자면 밀당의 고수라고 할 수밖에.


친구와 자주 걸었던 여름 숲은 더웠다. 무더위에 지쳐 형형색색 꽃들을 가끔 지나칠 때도 있었다. 머물러 감상할 만큼의 시간을 기다리며 우리는 즐거운 일 하나를 또 만들어야 했다. 벚나무가 울창한 로스쿨 주차장이 나의 새로운 놀이터였다. 생뚱맞지만, 누군가 흘리고 간 오만 원권 지폐 찾기 놀이였다. 친구는 엉뚱하다며 웃었다. 만 원도 아니고 그 큰 금액을 어떤 이가 주차장에 흘리고 다닐 리가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우제처럼, 찾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나만의 놀이였다. 내년 대학 축제가 끝나면 새벽 영대 운동장을 돌아보자는 나의 말에 친구는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여름이 끝날 무렵, 교회에서 하는 제자훈련을 다시 하게 됐다. 늘 차를 대던 곳이 아닌 곳에 주차하고, 가던 방향으로 가다 돌아서서 굳이 복잡한 차들 사이로 빠져나오고 싶었던 이유는 분명, 내 몸이 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비좁은 두 대의 차량 사이에 곱게 반으로 접힌 오만 원권 지폐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간간이 제법 부는 바람에도 끄덕 않고 마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안녕? 나는 네 거야. 어서 나를 가져 가."


뭐지? 뭘까? 나는 하늘을 쳐다보고 한참을 웃었다. 확실히 그분은 유머러스한 분이시다. 햇빛 잘 드는 교회 화단의 벤치에 앉아 소리 내어 또 웃었다. 교회 주차장이라니, 아무래도 눈치 보이는 공짜다. 찰나의 기쁨을 좀 더 누리려고 나는 교회 마당을 오래 서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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