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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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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Nov 19. 2022

가을이 후드득 비처럼 내렸다

마른 잎들이 가지 끝을 붙들고

공중 그네를 탄다

조금 스쳐도

바스락바스락

서로의 몸 비비며

생사를 확인하지만

물기 마른 저 잎은 대롱대롱 여전히 위험스럽다

낙엽의 이름을 가졌으나 낙엽 아닌

아직은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

바람의 구령에 맞춰

회오리처럼 땅을 긁다 문득 일어나

하늘로 솟아오른다

빛나던 미루나무

잎들을 펼쳐

파닥파닥 파다닥

마른 잎들에 포갠다


초록잎들이 갈잎 사이로 몸을 누이면

달과 별이 밤새 뒤척이는 그들을  안아 주었


가을이 후드득 비처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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