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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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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Nov 19. 2022

베이킹 바람에 부풀어

베이킹 바람에 부풀어/은경


해 든 자리마다  익은 가을이

사선의 무늬 선명한 갈색으로 가득한

11월의 오븐

바삭바삭 바사삭

발 끝에서 부서지는 구운 가을의 맛

베이킹 바람에 부푼 잎들을

천천히 달구어

잘 구워진 것부터 하나씩

사방 천지로 흩뿌려

이제 아니 덮인 곳 없게 가득한 이 파이들

눈으로, 코로, 귀로 사정없이 먹어도

끝없이 구워지는 

천상의 가을 

달콤 햇살 가두고 둥글게 말아 버린 몸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곳에도 작은 햇살 숨어

조금씩 배어드는 구수한 가을

베이킹 바람 한 꼬집 허파에 가두고

갈잎  가득한 오븐 속으로

내 몸 던지면

폭신폭신 구름까지 부풀어 올라

바사삭 바사삭

당신  맛있는 가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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