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킹 바람에 부풀어/은경
해 든 자리마다 잘 익은 가을이
사선의 무늬 선명한 갈색으로 가득한
11월의 오븐
바삭바삭 바사삭
발 끝에서 부서지는 구운 가을의 맛
베이킹 바람에 부푼 잎들을
천천히 달구어
잘 구워진 것부터 하나씩
사방 천지로 흩뿌려
이제 아니 덮인 곳 없게 가득한 이 파이들
눈으로, 코로, 귀로 사정없이 먹어도
끝없이 구워지는
천상의 가을
달콤 햇살 가두고 둥글게 말아 버린 몸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곳에도 작은 햇살 숨어
조금씩 배어드는 구수한 가을
베이킹 바람 한 꼬집 허파에 가두고
갈잎 가득한 오븐 속으로
내 몸 던지면
폭신폭신 구름까지 부풀어 올라
바사삭 바사삭
당신의 맛있는 가을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