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속이 아프다. 물 한 모금에도 설사다. 병원을 다녀왔으나 차도가 없다. 약을 먹었으나 더 심하다. 어쩔 수 없이 굶식이다. 자고 일어나니 머리도 아프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편두통이 다시 시작되나 싶어 덜컥 겁이 났다. 꽤 오래 나는 아프지 않고 잘 먹고 잘 잤다. 좋았던 시절이다.
요즘 같아서는 정말 살 맛이 안 난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해야 할 일도 하기 싫다. 주방은 설거지가 밀렸고, 세탁실에는 빨래가 넘쳐나고 거실에는 먼지가 가득이다. 몸이 아프니 만사가 귀찮다.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다. 항암 중인, 코로나 중인, 골절로 깁스를 한, 원인 모를 우울증까지. 암 수술 후 나는 건강이 주는 삶의 질이 얼마나 큰지 경험했다. 감사의 깊이도 달라졌다. 나누며 살아야 하는 삶의 이치도 조금씩 깨달아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 문득. 솟아오르는 탐욕을 제어하는 것이 요즘 나의 가장 큰 일이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일은 자신을 이기는 것이라고 한다. 몸에 탈이 나면 영혼도 시름시름 앓는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부정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무기력이 거미줄처럼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너무 멀리 왔다. 과식으로 몸이 탈이 나고 과욕으로 정신이 무뎌졌다.
살아남으려고 용을 쓴다. 죽을 끓여 한 숟가락씩 조심스럽게 먹는다. 나의 위장이 죽 한 사발을 격렬하게 환영하길 바라며. 내 몸이 이 죽을 받아 준다면 내일부터 열심히 운동해야지, 내일부터 열심히 청소해야지. 내일부터 단디 정신 차려야지. 각오들이 머릿속에 그득해진다. 건강할 때 지켰어야 할 일들이다. 늘 이렇다. 아파 봐야 후회하는 삶이다.
좀 전에 먹은 죽 한 그릇이 천천히 몸속에서 제대로 소화 기관을 거치고 있는 모양이다. 꾸르륵 거리는 소리로 들리지 않고 후다닥 화장실 달려갈 신호도 아직 없다. 조금씩 이온 음료를 들이켜며 또 필요한 것을 내 몸에 채운다. 아무 불편함이 없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지금 나는 조금씩 행복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