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앞바다의 바람은 이미 봄이다
2월의 절벽에 발꿈치를 내리고
볕뉘조차 후끈한 정오의 시간
세병관 마당에 떨어지는 햇빛 속을 서성이면
가득한 볕이 머리카락을 훑고
발끝의 세포를 터뜨려
근질거리던 우리 몸에도
봄이 싹튼다
좀 더 머물러도 좋을
2월의 볕
무거운 니트의 겉옷을 들추고
살갗을 마중하는 봄바람이
통영 앞바다를 적신다
통영시장의
국시 골목을 누비는
가즈랑집 할매
쌈지공원엔
세병관 계단을 걸어 내려 온
백석의 사랑
김춘수의 유품 전시관을 톺아
릴케의 비가를 읊조리는 파도
시인의 노래는
박경리의 숨결에 잇대어
서피랑 하늘을 물들이며
오늘의 통영을 노래한다
다시 세병관 계단 아래 서면
잠든 사랑의 언약들이
봄볕에 일어나 넘실대는데
싱싱한 문어 한 마리
흥정 끝에 손에 넣은 아낙의 마음이
벌써 저만치 앞서 가는 이유도
통영의 봄을 마중 나온
출렁이는 사랑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