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병원 가는 날
콩을 간다
가는 길에
순서를 기다리며
홀짝이기 좋은 커피
애써 손으로 간다
제 몸을 다 부셔 가며
온 향기 발하는 콩
뜨거운 물에 끓어올라
제 몸의 모든 것
아래로 흘려보낸다
인생은 쓴 맛 아닌가
한 모금에 위로를 전하는
기특한 커피
콩의 희생
나는 누군가에게
한 줌의 콩이 된 적이 있었던가
한 줌의 가루가 된 적이 있었던가
온전히 갈린 콩의 최후를
찌꺼기라고 말하지 말라
기꺼이 가루가 된 콩
뜨거운 물에 다시 태어나는 콩
내 몸 속 깊숙한 기쁨으로
발아하는 콩
마침내 혈관을 타고 한 생을 여행하는 콩
오늘도 나는 콩 앞에서 거룩한 아침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