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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연 Mar 13. 2018

누구나 가슴속에 나무 한구루씩 품고 있더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기

4년 전인 것 같다.

난 일산에 있는 미술관에서 미술 전시 작품을 방문 고객들에게 설명해주고
안내해주는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다.

일명 도슨트라고 불리는 직책이었다.

미술 작품을 방문 고객들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당연한 일이다.

작품을 전시한 작가의 의도를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작가와 
사전 간담회도 갖고 작품에 대한 정보나 설명을 빼곡하게 쓰여 있는 페이퍼를 
종이가 닳아질 정도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 고객들이 연령층도 다양하고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한 애정과 궁금증이
많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게을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작품 전시 첫날은 긴장되고 정신없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노하우가 생겨서 원활하게 작품 설명과 안내를 하게 된다.

어느 날 전시관 안내만 전문으로 하는 학생 몇 명이  
스텝 아르바이트로 들어왔다.

담당 업무는 달라도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다 보니 얼굴도 익히게 되고
가끔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는 사이가 되는데 그중 몇 명의 학생들이 기억에 남는다.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나의 자녀들 같은 생각에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는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뭐 하나라도 더 좋은 말이라도 해주고 싶은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늘 눈에 띄는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언제나 보면 말수도 적고 딱 봐도 아무 의지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항상 힘없이 다니는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물었다.
"대학생이에요?
"아뇨...
그럼..?
"대학원 졸업하고 취업 중이에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학생이 왜 저렇게 힘도 없고 패기도 없을까..?
나는 그 이후로 그 학생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별로 많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속내를 듣게 되었다.

그 학생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무엇이 되고 싶거나 하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도 딱히 없다고 했다.

취업은 해야 하는 건 알겠지만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한 번도

이력서를 내보지 않았다고 한다. 
본인은 잘하는 게 없으니 모든 게 자신이 없다고 한다. 
취미나 좋아하는 것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면접을 보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잘 생각해 보면 누구나 좋아하는 한 가지쯤은

가슴속에  품고  있으니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한참을 뜸을 들인  그 학생은 딱 한 가지 좋아하는 일이 있다고 했다.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목적도 없고 그냥 집 앞에 있는 산이건 지방에 있는 산이건 무조건 오른다고 했다. 




손바닥이 까지고 힘들어도 산에 오르는 일은 늘 그 학생에게 있어서 가장 쉬운 일이었다고 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바로 "그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학생이 남들보다 잘 하는 일은 산을 타는 일이라고 그리고 산에 오르는 
과정 중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멋진 순간이라고 말해 주었다.
나중에 취업을 할 때 면접을 보게 된다면 이러한 생생한 자기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좋은 소식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자신감을 가져 보라고 나도 모르게 힘주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나의 이 말이 응원이 되었는지 그 학생은 너무 좋아했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면서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고 
나에게 해주었다.

며칠이 지난 후 작은 회사지만 취업 이력서를 넣고 면접 대기 중이라면서 
먼저 나에게 소식을 알려준 그 학생은 예전과는 다른 얼굴 표정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왠지 그 학생이 생각나는데 분명 원하는 직장에서 행복한 직장인이 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의 나무를
한구루쯤 품고 있지 않을까?

다만 늦게 나와서 보지 못했거나 이미 나와서 자라고 있는데 미처 발견을 못하고 있느냐의 차이지  

빈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는 프리랜서 강사 일을 하면서 가끔 그 나무가 몹시 요동 칠 때가 있다.
힘들어서 조금 지치는 경우나 다른 강사들과 비교하면서 나 자신을 평가할 때는 태풍이 불듯

몹시 나무가 흔들릴 때가 가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바람을 견디다 보면 훨씬 강한 뿌리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이 바람도 즐기는 진정한 
셀프 리더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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