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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행복한 보금자리

[매경주말]2025-05-02/동물에게 배우는 가족의 의미

by 송바오

판다월드는 토실토실 살이 오른 쌍둥이 판다가 태어나서부터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아늑한 곳이다. 신선한 대나무를 가장 좋아하고, 배가 부르면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도 어찌나 장난기가 많은지 서로를 잡아 보라는 듯 검은 귀가 휘날리도록 흙먼지를 일으키며 '뚱땅뚱땅' 방사장을 뛰어다니기에 바쁘다. 한아름 되는 느티나무에 발톱을 걸어 오르려다 가끔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고, 가로로 뉘어진 굵은 통나무 위를 조심성 없이 걷다가 발을 헛디뎌 땅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엄마 판다의 심기를 잘못 건드려 아뿔싸 휘둥그레진 눈으로 급하게 달아나야 하지만, 비할 데 없는 귀여운 외모 덕분일까. 타격감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쌍둥이는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존재의 보살핌 아래서 마음껏 뛰어놀며 소중한 추억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는 것에 무척이나 의기양양 행복해 보인다. 지금 이곳은 훗날 녀석들의 기억 속에 남을 따뜻한 보금자리인 것이다.


사실 판다는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동물이 아니다. 철저하게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조용하고 차분한 삶을 지향한다. 특히 수컷 판다는 더욱 그러하고 1년에 단 며칠만 이성을 만나는 때와 그 이후에 임신한 암컷 판다를 제외하면 오롯이 단독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들은 번식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순리대로 나아간다. 그리고 암컷이 임신해 새끼를 낳게 된다면, 지금의 쌍둥이 판다처럼 어미로부터 독립하기 전까지 1년6개월 정도 작은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 기간 새끼들은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야생동물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많은 기술을 배우기도, 그 보살핌조차도 은연중에 자연스레 몸과 머리와 마음에 아로새겨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어린 시절 어미에게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야생동물이 자라서 어미가 되었을 때 간혹 새끼를 돌보지 못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엄마 판다인 아이바오도 어린 시절 새겨진 보살핌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기억과 경험으로 이미 앞서 한 차례 행복하게 판다를 잘 키워서 독립도 이루었고 지금은 더 슬기롭고 빛나는 육아를 하고 있다. 아이바오가 자신의 새끼들을 조용히 바라볼 때, 마치 우리처럼 생각한다면 아마도 어린 자신을 어미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봤을지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우리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바라볼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때 더 알아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그저 나의 어미이고 새끼여서 고마움을 떠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자기는 커서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아이바오는 분명히 새끼들에게 사랑을 내려주며 행복한 보금자리를 찾은 듯하다.


판다를 돌보는 직업을 가진 나는 운이 좋다. 직장에서 그런 유년기의 판다들과 어미 판다를 매일 바라보며, 가정에서는 내 가족과 일상을 함께하며 나도 모르게 회상에 젖는 때가 많다. 그럴 땐 마치 각박할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돌이키게 해주며 헤아릴 수 없었던 부모의 마음까지도 이해하게끔 해준다. 그러고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역시 우리는 살아봐야 안다고. 그리고 바보같이 잊고 살기도 한다고. 하지만 계속 순리대로 살아가다 보면 결국은 깨닫게 되는데 그것은, 내가 만약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것들이 참 많더라고. 아이를 낳고 돌보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희로애락의 길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지만, 좋은 부모가 되려 할 때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 서로에게 가장 큰 치유이고 성장이며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인 것도 분명하더라고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큰 복지는 함께여서 행복할 보금자리를 꾸려가는 것이 아닐까. 혼자 잘 사는 것도 괜찮겠지만, 함께 열심히 사는 것은 더욱 괜찮다. 가정의 달 5월, 우리 모두에게 행복이 가득할 보금자리를 열심히 가꾸어 보자.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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