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주말]2025-04-04/우리 모두의 터전, 숲을 지키는 힘
많은 야생동물에게 숲은 중요하다. 그들은 숲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잠을 자며, 때로는 숲을 놀이터 삼아 놀기도 하고, 때로는 숲이 은신처로서 생존을 이어가는 터전이 되기도 한다. 인간에게도 숲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많은 인간이 도시에 모여 살지만, 숲은 여전히 인간이 의지하며 생존을 이어가는 소중한 근거지가 된다. 야생동물을 돌보는 일을 하다 보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는 언제나 연결돼 있고, 자연에서의 우리는 모두가 유약하기에 공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항시 생각하게 된다. 어느 하나의 서식지를 지키지 못하면 지구의 생명 보전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자이언트 판다도 숲에 산다. 이들은 서식지에서 계절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종류의 대나무를 찾으며 그 속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에도 판다에게 중요한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으며, 따뜻한 남부지방에 주로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멸종위기 종을 보호하는 시설인 판다월드의 판다들은 경상남도의 신선한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대나무를 공수받는 그곳에서 최근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진압되지 않아 판다 주키퍼들은 특히 걱정과 아픔이 더했다. 다행히도 판다들의 대나무 공수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매일 전해지는 재해 소식에 마냥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판다가 살고 있는 대나무 숲에 불이 난다면 어떻게 될지 곰곰이 생각하는 와중에 뉴스의 안타까운 한 장면이 눈과 마음에 깊숙이 들어왔다. 강풍을 타고 무섭게 마을을 덮치기 직전인 화마 앞에서도 자신 집은 자기가 끝까지 남아 지키겠다며 대피를 요청하는 손길을 뿌리치면서 역정을 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곳은 할아버지가 나고 자란 터전이었으며,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지켜내야 할 터전이기 때문이었으리라.
아마도 나의 상상 속 판다뿐만 아니라, 실제 이번 산불에 처한 많은 야생동물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동물은 생존하기 위해 나무와 숲을 필요로 하며, 평생을 숲에서 살아간다. 생존이 우선인 야생동물로서 숲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에 화염 속의 숲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주변을 서성이며 벗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혹은 할 수 없이 멀리 벗어났을지라도 어디든 남은 그들에게 산불은 언제 닥칠지 모를 생존의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토록 재해는 우리 모두에게 큰 비극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사소한 부주의로 의한 피해는 너무도 크다. 사상 최악의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말 그대로 잿더미뿐인 듯하다. 시린 겨울을 견디고 생명의 기운이 솟아야 할 자리에는 오랫동안 황량함만 남게 되는데, 작은 부주의와 실수에 대한 대가라 하기에는 자연과 생태계, 인간 사회 전체가 너무도 큰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 다행히 많은 이의 노력으로 주불이 진압됐다는 소식에 한시름을 놓게 되기도 하겠지만, 재차 꺼진 불씨도 다시 보면서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때라 할 수 있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나무를 심어 숲을 보전해야 할 때에 도리어 나무와 숲을 소실하고 보호해야 할 생명들을 위협하게 됐으니 우리가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앞으로 기후위기와 맞물려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예측에 따라 이제는 평소 일상에서도 우리 터전의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깨닫고 환경 보호를 실천해야 하겠다. 이번 산불에 의한 사상자와 이재민들에게 추모와 위로를 보내는 바이다.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