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고 싶었던 말

회사 그만두면 후회할까요?

by 베니

퇴사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매일 같이 찾아봤던 때가 있었다. 내가 주로 검색했던 곳은 서울 지역구 위주의 온라인 카페였다. '회사 그만두면', '워킹맘 그만두면', '그만두면 후회할까' 주로 이런 키워드였다.


보통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찾아보곤 했는데 어떤 날은 아이를 재우고도 늦은 밤까지 계속하기도 했다. 한번은 같은 커뮤니티에 연달아 올라온 글에 달린 상반된 내용의 댓글을 봤다. 첫 번째 글은 "일 그만두면 후회할까요?"였고, 두 번째 글은 "일을 그만두려고 합니다."였다.


첫 번째 글에는 "지금 아이가 몇 살인가요? 한참 힘들 때예요. 몇 년만 고생하면 괜찮을 거예요. 조금만 더 버티세요." 두 번째 글에는 "아이는 엄마손을 필요로 합니다. 정말 잘하셨어요.", "큰 결정 하셨네요.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으니 아이와 좋은 시간 보내세요."


글에는 글쓴이의 마음과 의지가 녹아 있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짧은 글에서도 글을 쓴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느껴지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첫 번째 글에는 지금의 힘듦과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응원을, 두 번째 글에는 결심에 대한 응원을 각자의 방식으로 건넸다.


또 한 번은 '회사 그만두면'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내 심정과 비슷한 글을 찾아낸 적이 있었다. 한참을 읽고 생각하다 작성일자를 봤는데 십 년도 더 된 글이었다. 비슷한 마음을 찾아 과거 페이지까지 거슬러 올라간 거였다. 느낀 건 그때나 지금이나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씁쓸한 현실이었다. 내가 찾은 그 엄마와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되었거나, '한때'로 기억될 과거의 고민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터 시리즈를 이곳에 연재하게 된 건 사실 그때의 내 마음 때문이기도 했다. 불안의 한복판에 있을 땐 어떤 말이든 붙잡고 싶으니까. 예전의 나처럼 매일 같이 회사를 그만둬도 잘 살고 있는지 찾아 헤매는 누군가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로 응원과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던 성실히 해왔던 사람이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해도 당신은 또 당신만의 길을 찾아낼 거예요. 쌓아왔던 많은 노력들이 사라질 것 같지만, 여러 가지 환경이 바뀌었을 뿐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선택한 그 시간 속에서 지금과는 또 다른 행복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행복으로 힘을 얻어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나와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분들께도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두 가지 일을 다 해내야 하는 그런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애쓰고 있다고 말이다.


엄지혜 작가의 책 <까다롭게 좋아하는 사람>에는 돌보는 사람에 대한 글이 나온다. 돌보는 사람들이 가진 힘은 무엇보다 귀하고 단단하다고, 엄마들을 포함한 돌봄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보다 위대한 일은 없다고 말이다.


나의 글이 누군가를 돌보다가 자신은 미처 돌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일이 고귀하게 느껴지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전달되길 바라면서 쓴다. 글은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 주는 힘을 갖는다. 과거의 나에게 그리고 현재의 시간을 사는 누군가에게 나의 언어가 닿길 바라는 마음. 그게 내가 찾아낸 또 다른 나의 길이다. 아직은 서툴고 투박한 위로일지라도 마음만은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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