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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l 02. 2017

'박열' & '내 사랑'

별난 커플, 시련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방법

※영화 '박열'과 '내 사랑'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런 게 사랑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어이없는 위험한 사랑도 있지만 남들이 볼 때는 어리석고 바보 같아도 진정성이 보이는 사랑도 있습니다.

이번 주 소개하는 두 영화는 이상한 커플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유쾌한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공교롭게도 1900년대에 태어난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영화 '박열'(영문원제 Anarchist from Colony)과 '내 사랑'(원제 Maudie)입니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열 '개새끼' 중에서-


1920년대 일본. 인력거를 모는 조선인이 있습니다.

일본인 손님을 모시고 도착 장소까지 보내는 것은 좋은데 손님이 제대로 돈을 주지 않습니다. 격렬히 항의하지만 그 조선인에게 돌아온 것은 구타와 심한 욕설만 듣습니다. 그런 그에게 한 여성이 찾아옵니다. 그가 쓴 시 '개새끼'를 읽고 한 여인이 찾아왔는데 일본인입니다.

그렇게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에게 찾아왔고 조선의 독립을 돕기로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동거 서약을 하고 동지로써, 연인으로써 함께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일본 천황을 암살하기로 하고 같은 단체 회원인 '불령사'와 함께 폭탄테러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관동대지진이 일어나고 일본 정부는 그 배후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의도로 조선인들을 학살하고 죄 없는 조선인들을 붙잡는데 그런 도중에 박열과 후미코, 그리고 불령사 회원들도 붙잡히게 되며 천황의 암살 계획을 알게 됩니다.


박열과 후미코는 이들의 구타와 고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소신을 지키려고 합니다. 박열은 단식 투쟁에 돌입했고 쿠미코는 더욱더 박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일본의 정책에 강한 어조로 비판을 하게 됩니다.

법정에 선 두 사람. 조선인의 긍지를 위해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예복을 갖추고 법정에 임하게 되고 후미코 역시 저고리 옷을 입고 법정에 임합니다. 아울러 그들은 법정에서 조선말로 말하겠다고 의견을 굽히지 않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작은 마을에 모드라는 여인이 살고 있습니다.

그의 다리는 매우 불편해 보였고 오빠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런 그를 무시하고 자기 앞도 못 가린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집에 있는 날이 많았지만 그 역시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습니다. 마을 식료품점에서 우연히 가정부를 구한다는 광고를 본 모드는 먼 거리를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밖에는 온갖 고철과 나무판자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이 곳에 사는 남자 에버렛은 고철과 나무를 주워 차에 실어 그걸 팔거나 다른 시간에는 생선을 파는 남자입니다. 24시간이 모자란 상황에서 집안 꼴은 말이 아니고 누군가가 필요하던 참에 모드를 만난 것이죠. 근데 무슨 일을 해도 어설픈 모드를 보고 있으니 에버렛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분노와 욕설을 입에 달고 살고 손찌검도 하는 거친 남자입니다.


그러던 그가 달라졌습니다. 모드는 미혼 시절 원치 않은 아이를 낳았고 불구로 태어난 아이를 잃어야 하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죠. 더구나 무미건조한 방을 멋진 그림들로 채우는 모습을 보고 그의 그림실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고요. 점차 에버렛은 모드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결혼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의 그림에 관심을 갖고 언론에서도 루이스 부부를 취재하려고 하면서 두 사람은 적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됩니다. 모드의 오빠는 에버렛의 무능함을 비난하기에 이르고 부부의 싸움 횟수는 조금씩 늘기 시작합니다. 다시 화해하고 평화를 되찾지만 그 행복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들 부부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온 것이죠.






'박열'과 '내 사랑'은 자신들의 슬픔과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과 그런 슬픔과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동반자가 있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열(1902~1974)은 시를 쓰는 것은 물론 나라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독특하다는 점에서 박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박열'이 정말 실화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의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이죠. 같은 독립운동가들끼리도 빈부의 차이를 느끼고 고난 받고 힘든 상황에서도 그것을 유쾌하게 해결하려는 박열과 기네코 후미코(1903~1926)의 이야기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내 사랑'의 모드와 에버렛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드 루이스(1903~1970)는 관절염이라는 아주 치명적인 질환을 가지고 있었으며 하루에 많은 담배를 피워대던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었습니다. 무뚝뚝하지만 자신을 위해 헌신한 남편 에버렛 루이스(1893~1979)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곁을 지켜준 것은 다름 아닌 그의 피앙새였습니다.


사랑을 쉽게 생각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인스턴트 사랑'이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고요.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나라를 사랑했고, 자신의 작품을 사랑했으며, 자신의 반려자를 사랑했던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봅니다.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우리에게 사랑은 그저 저렴한 세일 품목이 아닌 고귀한 그 값어치를 따질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한다면 이들 커플처럼 사랑해본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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