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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Jul 09. 2017

'지랄발광 17세' & '재꽃'

열일곱 VS 열하나... 찬란한 그들의 사춘기에 대하여

※영화 '지랄발광 17세'와 '재꽃'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청춘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청춘의 완성을 위해 고난을 겪게 되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사춘기이지요. 하지만 사춘기를 보내기도 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죠.

남들과 달리 특별한 사춘기를 보내는 두 소녀가 있습니다.

지난번 '용순'과 '걷기왕'을 통해 청춘을 위해 달리는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린데 이어 이번에는 극과 극을 보여주는 또 다른 소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영화 '지랄발광 17세'(원제 The Edge of Seventeen)'재꽃'(영문원제 Ash Flower)입니다.





열일곱 네이딘은 어릴 때부터 별난 소녀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는 친구가 없었죠. 더구나 식구들은 오빠 편이었으니 섭섭하고 불쾌하기만 했죠.

그러던 그에게 크리스타라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겼죠.

하지만 이런 행복도 잠시... 크리스타는 오빠와 눈 맞아 사귀기 시작했고 네이딘은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근데 그러던 네이딘에게도 남자가 생겼습니다. 동네 대형 수족관에서 일하는 대리언에게 홀딱 빠진 것...

그리고 천재이자 부잣집 아이인 어윈은 네이딘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정작 네이딘은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지랄발광 17세'의 배경은 미국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청춘물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다른 구석이 보이는 작품이죠. 삐딱하게 살아왔던 네이딘이 사랑을 알고 사춘기를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이딘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요. 첫 번째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오빠와 비교대상이 되는 것이 싫었기에 사춘기를 겪고 나서도 오빠를 미워했었다는 것인데 거기에 자신의 죽마고우가 오빠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에 상당히 괴로워하게 되죠. 두 번째 트라우마는 바로 가까이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것입니다. 어머니와 네이딘이 자주 충돌했다면 그나마 네이딘 편이었던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였죠. 하지만 바로 가까이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경우가 어찌 되었건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것에 자책하게 됩니다.

네이딘이 삐딱하게 살게 된 이유는 이런 것들이 복합되어 있는 것이죠.


그런 그에게 등장한 두 명의 남성은 그가 사랑을 어떻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고 이와 별개로 가족과 화합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의외로 좌충우돌 네이딘의 삶에 멘토 역할을 했던 사람은 그의 담임인 부르너였죠. (우디 해럴슨이 맡은 부르너 선생님 역은 근래 봤던 선생님 역과 달라있고 좀 특이했던 멘토였던 것은 분명하죠. 하지만 사랑으로 제자의 고민을 들어준 것은 그 어느 선생님과 다르지 않았다고 봅니다.)






한편 대한민국의 어느 시골마을에는 걱정 없이 사는 소녀 소담이 살고 있습니다.

가출소녀로 살아왔던 그에게 도시 생활에 지쳐 버렸고 도망가다시피 시골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행복을 되찾게 됩니다. 그러던 그에게 자신과 똑같이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달려오는 또 한 명의 소녀를 만납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해별입니다.


마을 근처에서 주류 배달업을 하는 명호는 딸이라고 주장하는 아이의 등장에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의 집을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업을 하던 철기와 나눠갖기로 했던 돈을 본인이 가져가기로 합니다. 그것도 모르는 철기는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애인 진경과 함께 철기의 돈을 가로채기로 마음먹습니다.

소담은 해별의 행복을 위해 작은 조작행위를 하게 되지만 그것이 이들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합니다.


'재꽃'은 시종일관 어둠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박석영 감독의 일명 '꽃 3부작'(들꽃, 스틸 플라워, 재꽃) 중에서 그나마 밝은 편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들꽃'은 가출 청소년의 어두운 일상을 이야기했고, '스틸 플라워'는 가출 청소년 소담이 지옥 같은 세상과 홀로서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죠. '재꽃'은 소담이 그나마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보여주는데 그런 와중에 등장한 해별로 인해 그의 이런 행복이 본의 아니게 깨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건 해별의 잘못도 아니었어요. 소담은 자신처럼 여행가방만 들고 나타난 해별을 보고 과거 자신의 모습을 떠오르게 되었고 그가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랬던 것이죠. 친자확인 결과를 나타낸 서류를 소담이 해별 몰래 조작한 것은 어쩌면 범죄지만 그것이 이해가 갔던 이유이기도 했지요. 그 아이만큼은 행복해지길 바랬던 것이죠. 해별이는 겨우 열한살 이라면서 사람들에게 울부짖는 소담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어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가냘프지만 당당한 소녀들을 연기한 배우들이었지요.

'지랄발광 17세'에서 천방지축 소녀를 열연한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비긴 어게인', '앤더슨 게임', '더 브레이브' 등의 작품을 통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스무 살이라는 실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다양한 소녀의 역할을 보여주었습니다.


'재꽃'에서 슬픈 눈을 지닌 소녀 하담을 연기한 정하담 씨의 경우 앞에 말씀드렸던 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에 모두 출연하였으며 '밀정', '검은 사재들', '그물' 등의 작품에서 적은 분량이지만 임팩트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배우였습니다. 해금 역을 맡은 장해금 양의 경우 아직 필모가 적은 아역배우지만 열한 살 소녀의 풍부한 감성을 잘 표현했습니다. (실제로도 장해금 양은 영화에서와 같이 11세 소녀입니다.)





열일곱 그리고 열하나가 감당하기에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해보지 않았고 사랑을 받지 못한 그들에게 사춘기를 보내는 시점은 어쩌면 유쾌하다기보다는 지옥 같은 삶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두 영화에서 세 소녀의 삶은 다른 결말을 향해 달려갔지만 그것이 불안한 출발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행복을 기원하게 만드는 엔딩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는 오지 못할 우리들의 청춘, 우리들의 사춘기...

당신에게 사춘기는, 청춘은 어떤 의미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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