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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씨네 Mar 27. 2018

7년의 밤

우물에 빠지다, 딜레마에 빠지다...



저는 책과 담을 쌓는 편입니다. 그래서 소설 같은 작품을 읽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소설 같은 문학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어쩌면 저에게 다행인 일인 것 같습니다. 근데 요즘 웬일인지 문학작품의 영화화가 타율이 그리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요? 그런 가운데 이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소설가 정유정 씨의 작품 '7년의 밤'입니다. 베스트셀러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흔치 않은 100쇄를 찍은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을 눈여겨본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제목처럼 7년을 기다린 이 작품... 실제로 크랭크 업이 된 지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됩니다.








현수는 댐의 수문을 지킬 관리자로 첫 출근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다가오는 소녀를 보지 못하고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아이의 거친 숨소리와 혈흔으로 범벅이 된 모습... 현수는 아이를 절벽으로 버리고 달아납니다. 한편 동네를 좌지우지하는 사내 영제는 사라진 아내를 분명 자신의 딸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를 추긍합니다. 폭력 속에 무방비 상태인 아이는 그렇게 현수를 만나 싸늘한 주검이 되었습니다. 7년이 지났고 모든 이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영제는 딸을 잃은 아픔과 복수의 칼날을 7년이 지난 시점에도 가지고 있었고 현수는 어찌된 노릇인지 철창에 갇혀 있습니다. 어른이 된 그의 아들 서원은 아직도 방황 중이고 이들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승환의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소설과 영화는 상당히 다른 부분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원작에서는 현수와 영제의 아내의 비중이 높았고 승환의 비중도 높았던 작품이지만 영화로 옮기면서 등장인물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죠. 현수의 아내로 등장한 문정희 씨는 특별출연으로 분량이 매우 적으며 영제의 아내는 살짝 스치는 컷과 목소리 등장이 전부였으니깐요.




영화는 따라서 영제(장동건 씨)와 현수(류승룡 씨)의 대결로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바로 문제는 여기서 발생됩니다. 물론 극을 이끄는데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가 없으면 줄이는 것도 필요하죠. 하지만 등장인물들을 너무 줄여버린 탓에 긴장감이 더 약해졌다는 느깜이 듭니다. (스포일러 일지 모르나) 아예 첫 장면은 성인이 된 서원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후반에서 서원이 위기를 겪을 것이지만 긴장감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죠.

영화가 끝나고 영화평론가 이용철 씨와 익스트림 무비 김종철 씨는 이 영화에 대한 장점을 이야기하는데 이 중 하나가 추창민 감독의 다양한 장르의 도전을 말하고 있는데 오히려 저는 이것이 그에게 독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파도'로 코미디를 만들고 '사랑을 놓치다'와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통해 드라마와 멜로를 잘 만드는 감독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메시지 강한 사극도 잘 만든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쩌면 이번에 스릴러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나는 이것도 잘한다'라는 장점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필모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어도 아직 필모가 적은 감독에게 나에게 무엇이 맞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도전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배우들의 도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악역을 해도 조각인 배우 장동건 씨는 스스로 M자 탈모 헤어스타일을 만들 정도로 고생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빗나간 부성애를 보여주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송새벽 씨의 경우 어눌한 말투가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자칫 정체될 우려가 될 뻔했지만 서원을 오랫동안 지켜준 키다리 아저씨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는 빗나간 부성애의 위험성을 말합니다.
폭력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영제와 현수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폭력의 방식이 달랐죠. 영제는 자신의 딸과 아내를 구타하고 겉으로는 마을의 유능한 치과의사이자 젠틀맨을 자처하고 있지만 결국은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던 것이죠. 그에 비해 현수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기에 폭력의 씨앗, 폭력의 쇠사슬을 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죠. 아버지를 저주하며 우물에 던진 신발이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것에 대해 괴로움을 느꼈고 아들을 구하기 위해 수문을 열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구했어도 다른 사람들을 구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죠.

당신은 어떤 아버지입니까?
그런 점에서 '7년의 밤'은 이 평범한 질문이 살벌하게 다가오는 영화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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