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일을 했고, 드디어
퇴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퇴사할 회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깔려있는
‘아, 퇴사하고 싶다.' 말고,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하소연 또는 허세
‘아, 그냥 퇴사할까?' 이거 말고,
마치 결혼할 사람은 첫눈에 알아본다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퇴사할 타이밍이라는
확신이 처음으로 들었다.
퇴직하고 싶다는 것이
과연 영영 쉬며 놀고먹고 싶다는 마음일까?
물론 영 아닌 것도 아니겠지만
난 그저 잘 쉬고, 잘 놀아보고 싶었다.
31살에 퇴사할 기회가 찾아온 것은
어쩌면 엄청난 행운일지도 모른다.
두 가지의 의미이다.
그렇다, 31살 기혼자의 퇴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당장 끊기는 월급 문제를 제외하고도
이제 모든 걸 공유하고, 함께하기로 약속한
남편의 흔쾌한 동의와 응원이
기본적으로 필요했으며,
시댁에는 어떻게 말하지.
친구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지.
참 복잡한 인생이지 않은가?
근데 그 어려운 일을 내가 해냈다니!
그리고 진짜 행운은 현재의 나의 상태이다.
우선 20대의 나보다 그나마
조금 더 성숙된 상태를 얻었다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과정이었다.
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제는 조금 알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쉼의 시간까지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게다가 5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한 덕분에
내 통장이 당장 0원이 되지 않고,
오히려 두둑한 퇴직금까지 주신다니!
충격적일 정도로 행복이다.
내가 원하던 슬기로운 백수생활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미세먼지 없는 날 파란 하늘을 보며
에어팟에서 나오는 노래를
100% 즐기며 산책할 수 있다는 것.
늘 지나치기만 했던 동네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빌려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미세먼지가 좋아도 그냥 내가 나가기 싫은 날도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나의 게으른 순간,
나의 부지런한 순간,
이 모든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행복해할 수 있다는 것!
참 별 거 아닌 인생이지만
별 게 다 행복한 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