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벌써 4개월이 훌쩍 지났다.
처음 2개월까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5년이나 일했는데,
이게 얼마 만에 맞은 휴식인데,
내가 이렇게 쉽게 보내 줄 수 없지.
대신 아침에 (심하게는) 늦게 일어나지 말기.
TV, Youtube 만 보지 않고, 라디오도 듣기.
심심할 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
낮잠은 되도록 자지 않기.
+ 새댁으로서의 다짐도
(집 깨끗하게 유지하기, 요리 많이 도전하기)
이런 사소한 나만의 룰을 정해놓고,
난 놀고먹는 게 아니라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을
‘현명하게 쉬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4개월 차에 들어선 6월,
현재 나는 행복했던 퇴직 직후의 감정보단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져버린 상태다.
나를 과소평가하고, 과대평가하는
과정들을 반복하고 있으며,
나도 모르게 먹어버린 나이가 야속하다.
그래도 내가 처음 다짐했던 나만의 룰,
그것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4개월 동안 보고, 읽은 것들이다.
사실, 나는 예체능 전공자다.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전공자라고 하기도
부끄럽지만. 10년 전의 나는 능력은 없었지만
예술이 좋았고, 감수성도 풍부했다지.
고등학교 때 공부는 하기 싫었어도
책은 많이 읽었다. 공부를 하지 않기 위한
핑계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연극 공연도 두어 번 참여했었는데,
나에겐 능력도 없는 것 같았는데, 절망적인 건
열정마저 남들에 비해 부족해 보였다.
능력이 없는 건 발전시킬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열정이 없는 것엔 답이 없었다.
이후 ‘회사’라는 곳에 들어가서
현실 mode로만 살아왔다.
현실에 지치다 보니 영화, 책이 일이 되었다.
영화든 책이든 꽂히면 한동안 푹 빠져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감정 소모를 하는 것이
피곤하게 됐다.
슬픈 사랑 영화를 보며
내 일인 것 마냥 며칠 내내 울던 20대가
영화 보면서까지 울고 싶지 않은데?라는
냉소적인 30대가 되기까지
무슨 일이 그렇게도 많았으며, 그렇게도 지쳤을까?
백수가 되고 혹시 내가 예상보다 긴 시간 동안
취업을 하지 못하는 상상을 왜 안 해봤을까.
그래서 올해가 지나도, 어쩌면 내년이 지나도
내가 회사에는 못 들어가더라도
나만의 무언가는 남겨야 했다.
의미 없다고 느낀 시간도 뒤돌아보면
어랏? 무언가 남는 것이 있었을 때와
의미 있다고 느낀 시간도 뒤돌아보면
어랏? 무언가 남은 것이 없었을 때가 있었다.
이직을 하지 못하더라도 나에게 무언가
‘남는다면’ 마음이 나아질 것을 알기에.
결론적으로 이 계획은 성공적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4개월 차 상심에 빠진 나는 하루에도
아이폰 메모장을 몇 번이고 들여다본다.
그리고 다짐한다.
‘그래, 나는 회사에서 일한 건 아니지만
내 방식으로 하루하루 잘 채워왔어!
조바심 내지 말고, 지치지 말자!’
ps. 6월은 조바심에 이력서를 미친 듯이 넣었고,
자기소개서도 보다 더 간절해졌다. (ㅋㅋ)
그 덕분인지 서류 합격을 하기도 하고,
면접이 잡히기도 한다. 면접에서 탈락하더라도
‘조바심 내지 말고, 오늘 하루만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