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매미의 노래

by 보리

매미의 노래


모든 것이 푸르고

모든 것이 서러운 날



매미는

등이 터질 듯한

노래로

사랑을 부른다.


칠 년을

비에 젖어 뒹굴며

땅속 어둠을 먹고

기다려온 사랑이라면


허공에

자신을 못질하듯

매달아



온몸을 떨며 부르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노래



그 노래는

슬픔이 아니다.

사무치는 기쁨이다.


한 생을 불태워

남김없이 던지는

사랑이

지금

하늘에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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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여명

산책길에

매미가 울고 있다.


칠 년의 어둠을 먹고

칠일의 사랑을 허락받은

매미가 운다.


젖은 땅을 뒹굴며

껍질을 버리고 나와

사랑을 위해

단 칠일만 살아야 한다면


저리도 찢어지게 우는 건

기쁨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리라.


선택받지 못하면

그 울음조차 허공에 녹아 사라진다.


사라진다는 것,

그건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살아있지 못했다는 뜻이다.

선택받을

단 한 번의 사랑을 위해,

사라지지 않기 위해,

그것이 삶의 유일한 목적이기에

한 목숨이 울고 있다.

울수록

적들이 몰려들고

배고픈 새들이 날개를 편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살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그 울음이 곧 존재의 이유라는 듯이.


매미는

울음으로

하늘을 향해 사랑의 시를 쓴다.

매미는 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낸다.

어둠과 침묵의 시간을 3년에서 길게는 17년까지 견딘다.


그리고 어느 여름밤, 조용히 땅을 뚫고 나와

자신의 껍질을 찢고

비로소 날개를 얻는다.


그 이후의 삶은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몇 주.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수컷은 울음으로 암컷을 부른다.


암컷은 울지 않는다.

오직 수컷만이

존재의 전부를 걸고 운다.


그 울음은 단 한 번의 사랑을 위한 전 생애의 몸부림이다.

매미는 생의 대부분을 준비에 쓰고,

짧은 시간 동안 울고 사랑하고 죽는,

매우 상징적인 곤충이다.

우리는 언제

모든 생을 걸고

사랑해 본 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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