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꽃
수박꽃
같은 줄기,
다른 자리에서
노오란 그리움이 피었다.
보송한 솜털로 감춘
암꽃의 심장 속엔
푸른 여름이 자라고,
닿을 수 없는 간절함으로
수꽃의 노란 이마가
바람 끝만 바라본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도
세찬 빗방울도,
쓰다 만 편지를
그저 흔들어 놓을 뿐.
아침 햇살 아래
날갯짓 가벼운 나비 한 마리
하늘 다리가 되어
단 한 번의 입맞춤
수박꽃이 웃는다.
그 여름
씨앗처럼 작던 내 마음도
붉게 익어갔다.
먹고 난 뒤
화분에 버린 수박씨에서 싹이 났다.
수줍은 듯, 보송한 솜털로 덮인 암꽃이
매단
작은 수박무늬가 귀여워
날마다 들여다보았다.
그 아래,
수꽃은 간절함으로 노란 얼굴을 내밀지만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다.
수박은 같은 줄기에서
암꽃과 수꽃이 피어도그 사랑은
결코 홀로 이룰 수 없다.
같은 뿌리에서 났건만,
암꽃은 초록 열매를 품고
수꽃은 그저 바람에 흔들린다.
은하수를 건너오듯
벌과 나비가 찾아와
꽃가루를 작은 배에 실어 나르고,
그 순간,
여름 한가운데에
사랑이 열매로 맺힌다.
한 알의 씨처럼 작아도
그 안에서
뜨거운 여름이 익어간다.
수박 꽃의 꽃말
"큰 마음"
세상 모든 사치품의 으뜸이며, 한 번 맛을 보면 천사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마크 트웨인의 작품 Pudd’nhead Wilson에서 유명한 수박에 대한 비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