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수박꽃

by 보리

수박꽃



같은 줄기,

다른 자리에서

노오란 그리움이 피었다.



보송한 솜털로 감춘

암꽃의 심장 속엔

푸른 여름이 자라고,



닿을 수 없는 간절함으로

수꽃의 노란 이마가

바람 끝만 바라본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살도

세찬 빗방울도,

쓰다 만 편지를

그저 흔들어 놓을 뿐.



아침 햇살 아래

날갯짓 가벼운 나비 한 마리

하늘 다리가 되어



단 한 번의 입맞춤

수박꽃이 웃는다.



그 여름

씨앗처럼 작던 내 마음도

붉게 익어갔다.


1.png




먹고 난 뒤

화분에 버린 수박씨에서 싹이 났다.


수줍은 듯, 보송한 솜털로 덮인 암꽃이

매단

작은 수박무늬가 귀여워

날마다 들여다보았다.


그 아래,

수꽃은 간절함으로 노란 얼굴을 내밀지만

한 걸음도 다가설 수 없다.


수박은 같은 줄기에서

암꽃과 수꽃이 피어도그 사랑은

결코 홀로 이룰 수 없다.


같은 뿌리에서 났건만,

암꽃은 초록 열매를 품고

수꽃은 그저 바람에 흔들린다.


은하수를 건너오듯

벌과 나비가 찾아와

꽃가루를 작은 배에 실어 나르고,


그 순간,

여름 한가운데에

사랑이 열매로 맺힌다.


한 알의 씨처럼 작아도

그 안에서

뜨거운 여름이 익어간다.

Emotion_Here and Now_writer_사진_20250806_13.jpg





수박 꽃의 꽃말


"큰 마음"




세상 모든 사치품의 으뜸이며, 한 번 맛을 보면 천사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마크 트웨인의 작품 Pudd’nhead Wilson에서 유명한 수박에 대한 비유


Emotion_Here and Now_writer_사진_20250806_9.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