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느티나무
마을 어귀
큰 느티나무 아래에
다닥다닥
기다림이 앉아 있었다.
오일장 끝나고 돌아오는 아버지
소죽 끓이던 할머니
군대 간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도
거기 앉았다 가셨다.
나도 한때
그 나무 아래
첫사랑을 눕혀놓고
숨죽여 울었다.
넓고 큰 그늘을 지나던
바람이
말없이 등을 두드리고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져도
가만히 잎을 펴고
그저 푸르게 서 있을 뿐
어느 날은
벌레 먹은 가지 하나 떨어뜨리며
지나간 사랑처럼
잊어야 할 것도 있다 하니
그래서 나는
고단한 마음을
나무 아래 묻어두고 돌아왔다.
마을입구,
이백살은 족히 넘긴 큰 느티나무가 서 있다.
밑둥에 오래된 상처를 시멘트로 꿰매고 버텨낸 채,
아직 뿌리로 땅을 붙들고 있다.
느티나무가 지키는 골짜기는 사람이 떠나 잡초가 무성해졌지만
여전히 느티골이라 불린다.
한자리에 서서
아프고 시린 사연을 어깨에 걸치고 수없이 오갔을 발자국,
그 그늘 아래서 장기를 두며 소란스레 웃음을 나누었던 노인들,
혹은 죽음으로 생이 바뀐 사람의
상여소리까지 모두 들었을 느티나무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사람은
느티나무부터 찾는다
그늘은 그대로인데
사람은 달라져 있고
아이들이 달리던 운동장은
이제 잡초가 자라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던 소녀는
서랍 속 졸업사진에서 웃고 있다.
세상은 여전히
고단한 질문투성이지만
느티나무는
여전히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