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원추리 꽃

by 보리

원추리 꽃


시집 안 간 누이 하나

가늘고 목이 길어

원추리꽃 닮았다더니


말수 적고,

바람 한번 불면 넘어질 듯

처량 맞게 서서

노오랗게 웃었지


짧은 생을 스스로 알아

미리 접은 사람처럼.

그 웃음 끝에

맺힌 눈물 한 모금


피는 일은 쉬워도

지는 일은 얼마나 외로운지.


날마다

지고도 다시 피는 게

얼마나 서글픈지




어디서 씨앗이 날아왔을까?

해마다 왕원추리가 피기 시작했다.


목이 길던 엄마를 닮은 꽃

어제 시든 꽃잎 위에

하루만 피고 지기를 거듭하면서도

아무도 하루만 사는 꽃이라는 걸 모른다.


긴 꽃대 위,

크고 무거운 꽃송이

여린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습이

몸이 가늘고 병약해

시집 못 간 누이를 닮았다.

날마다 기다림이 켜켜이 쌓이다

마침내 시들어버린

어머니 속마음처럼

노오랗게 피는 꽃

원추리, 한자로 훤초(萱草)라 쓴다

훤은 ‘잊다’라는 뜻


옛날 여인의 뜰에 심어

임신한 이가 품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의남초(宜男草),


꽃을 보면 근심이 사라진다는

망우초(忘憂草)라 불렸다.


여성의 병에 효험이 많다 하니

왜 여인의 공간에 심었는지 알겠다.

당나라 시인 맹교의 시를 보면

멀리 떠난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보인다.

游子(나그네) - 맹교(孟郊)


萱草生堂阶 游子行天涯

원추리가 북당 돌계단에 피었건만

떠난 자식은 아득히 먼 곳을 떠도니

慈亲倚门望 不见萱草花

어머니는 문에 기대어 멀리 응시할 뿐

원추리 꽃을 보지 못하네.



꽃말


기다리는 마음


덧없음 속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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