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칡꽃

by 보리

칡꽃



사는 일이

반듯한 길만 있는 게 아니다.



햇살을 보려다

그늘에 갇히고

꿈을 따라가다

돌부리에 채인다.



기댈 곳도

물러설 곳도 없이

비켜갈 수 없는 삶이라면

기어오르는 수밖에.


바람에 밀리고

비에 젖고

제 그림자에 걸려 넘어져

생은 더 간절해진다.


누구의 삶이든

붙들고 싶은 등뼈 하나는 있으리니


얽히고설켜도 좋다

세상 어디에도

잡을 손 하나 없어도



수런거리는 잎사이로

달콤한 향기를 감아

꽃 하나, 꺼내든다.


칡꽃2.jpg




앞 밭 위

키 큰 밤나무를 감아 오른 칡넝쿨

알 수 없는 달콤한 향기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넓은 잎사귀 사이에서

홍자색 꽃을 만났다.

‘배가 등에 붙었다.’고 말하던

배고픈 민초의 삶

언 땅을 파고

칡뿌리를 캐던 시절이 있었다.


밥보다 먼저

칡뿌리로 허기를 달래며

이 땅을 살아낸

가난의 숨 줄

피 맺힌 땅이

내어준 생명의 단물이었다.


누구를 향한 절규였을까

그 간절한 이야기들을

잊히고 싶지 않아

생이 이렇게 뒤엉켰을까


하늘은

눈이 시리게 맑았고

굽이굽이 안간힘으로 기어오르며


죽음보다 간절한

한 끼의 기억이

하늘 끝까지

꽃으로 번진다.




칡꽃의 꽃말


사랑의 한숨, 순결, 신중, 청결, 한없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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