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버섯
비가 다녀간 숲 속,
눈치채지 못한 시간에
오래전 잊은 약속을 따라
땅에 핀 별이
너였다는 걸
동그란 네 얼굴을 보고 알았다.
침묵의 기도처럼
작고 둥글게 등을 말아
습한 숨결로 여문 몸하나
위에
맺힌 이슬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젖은 눈을 감는다.
누군가 오래 울다간 자리 같고,
이름 모를 별똥별의 무덤 같고,
입맞춤 후의 떨리는 입술 같고,
길 잃은 발자국들 아래
흐린 그늘을 끌어안고
수없이 무너진 나무의 죽음 위에
하얗게 몸을 세운 너는
너답게 피어
너무 눈부신 생이다.
햇살이 닿지 않는 숲
여기저기
작고 둥근 그늘로
등을 펼친 버섯을 보면
‘독이 있을까? 없을까?’
의심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어린 시절
봄이면
커다란 자루에 봄나물을 가득 뜯어 이고 오시던 할머니.
어느 날은 버섯을 한 자루 따서 이고 오셨다.
그 버섯을 먹고 온 집안식구가 배탈이 났다.
싸르르싸르르
견딜 수 없이 아려오는 배를 부여잡고
뒷간으로 달려가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몇 해 전,
쉼 없이 54일간 비가 내리던 여름.
숲 속엔 형형색색의 수십 종 버섯이 피어났다.
그제야 알았다.
버섯이 이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이 눈 돌린 틈
가장 깊은 생의 자리를 찾아
햇살도, 벌과 나비의 눈길도 닿지 않은 곳에서
말없이 피어난다는 것.
이제는 알 것 같다.
버섯의 독은
자신을 지키는 기도이며,
온몸으로 외치는
작은 저항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가장 너답게 핀
너를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