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지똥
방가지똥
하찮은 이름으로도
꽃은 핀다.
부끄러움의 굴레,
함부로 부르는 이름에
쭈빗쭈빗 가시를 세운 건,
세상에 향한 방패일 뿐,
세상의 시계가 무슨 상관이랴.
빨리 가야 할 이유 없고,
늦게 왔다고 부끄러울 것도 없다.
계절의 문턱에 선 너는
이미
누군가의 가을이었다.
텅 빈 줄기는
속을 비워
정 많은 바람을 품었으니,
저 산길 끝
길 잃은 아이 하나를
노란 꽃이
멈춰 세운 적 있다는 걸,
노란 입술로 건네는
가을의 첫인사,
서늘한 들녘에 번진
희망의 봉화다.
왕벚나무 아래
뜬금없이 큰 키를 세워
왕방가지똥 꽃이 피었다.
날카로운 잎새가 꽤나 위협적이다.
스스로 따가운 가시로
온몸을 꽁꽁 싸맨 채
너가 두려워 한 것이 무엇일까.
날카롭게 돋은 가시는
남을 해치려는 칼날이 아니라
외로움에 맞서는 방패,
세상 앞에 내민 갑옷일 뿐.
뻣뻣하게 세운 허리로
황금빛 불씨 하나,
노란 꽃송이로 켜 올리면
바람도 달라지고 하늘은 높아진다.
속을 비워
정 많은 바람을 품었으니,
네가 가시로 나를 속인 것이 아니라
나의 욕망이 나를 속였던 것이구나.
여름 끝자락에 서서
오랜 기다림 끝에
가을의 문고리를 여는 첫 손길,
사람도 이름이 고와서 빛나는 게 아니듯,
투박한 이름으로
너는 이미
누군가의 가을이었고,
그저 살아있어
가을을 연다.
꽃은 꽃이다.
그거면 되었다.
꽃말
정(情)
- 잎이 거친 가시를 가졌는데 꽃말이 정인 것이 의아하다.
이름
방가지'는 '방아깨비'의 경기방언으로, '방아깨비의 똥'이라는 뜻이다.
줄기를 자르면 하얀 진이 나오는 것이 ‘방아깨비의 똥’ 같다고도 하고, 말라버린 모습이 방아깨비 똥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한방에서 全草(전초)는 大葉巨蕒菜(대엽거매체), 百花大蓟(백화대계), 苦菜(고채), 根(근)은 苦菜根(고채근), 花(화)와 종자는 苦菜花子(고채화자)로 불리며 어린순은 쓴맛이 나고 나물과 쌈으로 먹는다.
효능
淸熱(청열), 凉血(양혈), 해독, 소화불량, 이질, 어린아이의 빈혈증, 황달, 血淋(혈림), 痔瘻(치루), 정종, 毒蛇咬傷(독사교상)을 치료한다. 기타 뱀에 물렸을 때나 종기의 치료에도 쓰임.
생태
큰방가지똥(Sonshus asper)은 국화과의 한 해나 두 해살이 풀로 종명인 'asper'는 'rough(거친)'의 뜻을 가진 라틴어로 방가지똥 속 식물 중에 가장 거친 가시를 가지고 있으며 1m까지 자라고 줄기는 속이 비었고 모가 나 있다.
방가지똥은 국화과, 한두 해살이풀(월년초)로 일제강점기 무렵~해방 전후에 유럽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역 길가·들판·밭둑에서 흔히 자생하며 가을에 싹터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 줄기가 자라 봄부터 가을까지 꽃피운 뒤 말라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