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자스민
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발렌타인 자스민
사랑이 비에 젖었다.
나는 젖은 꽃 앞에서
사랑을 배운다.
사랑은 향기를 좇아
죽음의 벽까지 다가갔다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일.
꽃잎마다 새겨진 말은
피로 쓰였는데,
연인들은 그것을
달콤한 시로 읽는다.
잘린 가지 위로
보랏빛 꽃이 피어
그 향기는
죽음마저 달콤하게 만든다.
사랑은
죽음을 밀어내려 다가갔다가,
죽음을 끌어안고 피어나는 일.
죽음이 던진 유혹의 손짓,
사랑은 늘
그 무덤 위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고백이 되었다.
사랑은 왜 이리 달고,
죽음은 왜 이리 가깝고,
기억은 왜 이리 오래 남는가.
사랑은
살아남은 자의 고백이 아니라,
죽은 자의 향기다.
꽃집 앞에서
잠깐,
순간적인,
향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꽃을 샀다.
꽃에서는 달콤한 초콜릿 향이 났다.
연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 향기 속에서 서로를 껴안는다.
누군가는 초콜릿을 건네고
누군가는 꽃다발을 들지만,
진정한 사랑은 늘
죽음보다 깊은 곳에 있다.
향기에 취한 나는
그 안에 숨겨진
죽음의 서약을 보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잘린 목 위에
보랏빛 꽃이 피어났다.
사랑은 늘
죽음 위에 심어진다.
나는 꽃 앞에 서서
두려움과 욕망을 품은
그 향기를 들이마신다.
사랑은 그토록 달콤해
죽음마저 설득할 수 있고,
죽음은 그토록 잔혹해
사랑마저 빼앗을 수 있다.
발렌티누스,
사랑은 기쁨이 아니라
죽음을 견디며 지켜낸
찬란한 아이러니라는 것을.
꽃말
사랑을 위해 멋을 부린 남자.
당신은 나의 것.
- 보랏빛 꽃잎과 흰 테두리가 멋을 부린 듯 보여, 붙여진 꽃말이며, 꽃에서 나는 달콤한 초콜릿·바닐라 향 때문에, 연인들의 날(발렌타인데이)과 연결된 상업적 이름인 발렌타인 자스민으로 불리게 되었다.
생태
발렌타인 자스민의 학명은 Duranta erecta로 마편초과 (Verbenaceae)의 원산지가 중남미, 브라질 등 열대, 아열대 지역이다.
듀란타라고도 불리고, 보라색 꽃에서 초콜릿향이 난다 하여 초코자스민이라고도 부른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이 여러 번 피고 잎이나 열매 등에 약간의 독성이 있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와 관련성
발렌타인데이는 본래 성 발렌티누스의 순교를 기념하는 축일이었다.
로마 제국의 박해 속에서 그는 신앙을 지켰다는 이유로 참수형을 당했고, 전승에 따르면 감옥에서 관리의 눈먼 딸의 눈을 뜨게 했다고도 전해진다.
중세에 이르러 14세기 초서의 시 속에서 “2월 14일, 새들이 짝을 짓는 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이 날은 사랑과 연결되었다. 기사도 문화 속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선물을 바치며 연인들의 축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영국에서는 발렌타인 카드가 성행했고, 19세기에는 대량 인쇄로 확산되며 20세기에는 초콜릿과 선물을 주고받는 상업적 기념일이 되었다.
오늘날 발렌타인데이는 사랑과 우정, 헌신을 표현하는 날이지만, 그 뿌리에는 순교 성인의 희생과 중세의 사랑 문화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결국 2월 14일은 단순한 달콤함을 넘어, 사랑이 고통과 희생을 이겨내는 힘임을 상징하는 날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