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꽃이 피었다.
고수 꽃이 피었다.
끝내 품을 수 없어
너를 두고 돌아선 날,
우두커니 남은 흐린 웃음이
낯선 노래처럼 흩어진다.
손등에 묻어
끝내 잊히지 않는 너의 향기는
사소한 날들을 베고 누운 채
내 입술을 맴돈다.
향수처럼 번지는 눈빛
나는 늘 한 걸음쯤
뒤에서 맴돌다
덜 익은 이별로 출렁이고
한꺼번에 피어난 기억들
마음의 들판을 하얗게 덮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슬픔을 지나
불쑥불쑥 올라오던 목소리
코끝을 찌르는 그리움이었다.
함박눈처럼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린
너의 기다림이
그 안에 너의 계절이
내내 젖어 있었다는 것을
멀리 와서야 알았다.
고수를 심었다.
아니 고수 꽃을 심었다.
쌀국수 위에 얹혀 진한 향으로 다가온 너,
지금은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
하우스 한편,
겨울에도 생명을 거두지 않던 풀,
너는 내 키만큼 여린 줄기를 올려 함박눈이 쏟아지듯
꽃을 피워냈다.
다가가면 진한 향기로 인사하고
한번 스치면
그 향기는
잊지 못한 어떤 기억처럼 오랫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너무 진해서
미움 받은 긴 시간도 있었겠지만
너는 ‘지혜’라는 꽃말처럼
변치 않는 진한향으로 자신을 피워냈다.
이집트에서 왔다고도,
지중해에서 왔다고도 하지만
한나라, 혹은 고려 때
이미 김치와 나물로 우리와 함께였다고 하니
참 오랜 세월을 함께였다.
꽃대를 올린 너의 잎은
아카시아처럼 가늘어지고
존재 그 자체가 꽃이 되는 지금 이 시간
진한 향 때문에
낯설고 슬픈 생을 살기도 했을 네가
비로소 하얀 순백의 사랑을 이루었다.
너의 향기를 묻혀
낯익은 듯 낯선 너의 생을, 내 하루에 데려온다.
지중해 건너온 바람 한 줄기가 가슴을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