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바람 부는 날

by 보리

바람 부는 날


왜 흔들리느냐 묻지 마라

한 뼘의 생을 밀어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둠을 견뎠을까


잡을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 것이

먼저 나를 흔들었다.


버리고 온 이름들 사이에

잊은 줄 알았던 노래가

담장 아래 들꽃으로 피어나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았던 날을

기억한다.


깊이 흔들리던 순간에도

쓰러지지 않기 위해

전 생애를 흔들고 있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견디다 버려진 믿음들과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매일 내 등을 밀었다.


어디로 가는지

왜 떠나는지


가끔은

바람도 길을 잃는다.







창밖으로 바람이 왔다.


나는

반쯤 마른 찻잔을 앞에 두고

바람을 본다.


흔들리는 꽃들

나뭇가지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

고양이 등의 털까지 흔들린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풍경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잡을 수도,

머무르게 할 수도 없는 것이

마음을 흔들고

풍경을 바꾼다.

꽃들의 흔들림을 보면서

나는 알았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 흔들린다는 것을

이름도, 계절도,

마음이 머물던 자리까지도 흔들린다.

떠난 줄 알면서도

문득,

창을 연다.

그대,

오늘도

내 안에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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