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뒷산을 산책하는 시골 사는 웰피츠 일기
가을이 일기 6
비 오는데
똥은 참아도 오줌은 좀 힘들지 않나?
밤새 참은 오줌을 집 밖에서 시원하게 한번 때려줘야 하루가 개운한 법이다.
오늘 아침
현관문이 열리고 밖을 보니 살짝 비가 오고 있다.
이 정도면 맞을 만한데.
콩엄마는 얼른 엉덩이를 뒤로 빼서 뒷걸음치며 궁시렁거렸다.
‘비 오는데 가냐?’
‘왜 가냐?’
‘엄마는 안 마려?’ 하니
‘까짓것 참지,’ 한다.
대단하다.
밤새 참았는데 그게 더 참아져?
그러다 피오줌 쌌으면서 콩엄마도 은근 고집쟁이다.
오줌 오래 참는 걸 뭔 유세로 아나보다.
속으로 욕했는데 나도 모르게 경쟁심이 솟아올라 참아봤다.
그렇게 참다가 저녁 산책 때, 밖에 나가서 싸니까
엄청 시원했다.
‘그래 이 맛이구나.’ 했다.
누가 더 잘 참나 보자고….
나도 한 오줌 한다 공
나는 오줌 눌 때, 멋지게 한 다리를 들어준다.
집사들 말이 여자인데 다리 들고 쉬하는 댕댕이는 처음 본다고 놀린다.
나의 주특기가 다리 들고 쉬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여자 남자가 어디 있냐?
남녀평등이란 말 몰라?
'여자와 남자는 둘 다 등이 평평하다.'
봐 똑 같잖아.
# 에필로그
집안에서 자랐던 땅콩이는 오줌을 참는다.
오줌 마려울까 봐 물도 잘 안 먹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방광염에 걸려 고생을 한다.
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날, 밤새 오줌을 참고 나서 새벽 산책을 나갔을 때, 땅콩이가 눈 위에 싼 오줌이 피가 섞여 새빨갰다.
병원에 가니 수분부족이고 또 방광염이 와서 며칠 약을 먹였다.
비가 오는 날은 산책 가기 싫어한다.
새벽 산책을 가려고 현관문을 여니 비가 조금 내린다.
깨발랄 가을이는 비가 오거나 말거나 산책하러 가자고 하고, 콩이는 얼른 엉덩이를 뒤로 뺀다.
확실한 의사표시다.
그래서 아침산책을 걸렀다.
저녁 산책을 나가서 한참 동안 오줌을 누는 모습이 안쓰럽다.
얼마나 참았을까?
마당에 누면 되는데 왜 저러나 싶다.
그래서 콩이와 가을이가 오줌똥이 마려운 건 아닌지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