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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Oct 29. 2024

가을이 일기 7

매일 새벽, 뒷산을 산책하는 시골 사는 웰피츠 일기

캠핑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래

맛을 아니까….     

맨 처음 오빠인지 삼촌인지 하는 집사와 함께 갔던 캠핑,     

가봐서 아는데 신세계였다.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좋아하는 땅콩이

무엇보다 나처럼 네발로 걷는 얘들 여럿을 한꺼번에 본 것이 견생 처음이었고, 밖에 불 피워놓고 밤늦게까지 떠드는 인간들이 무서웠다.     

캠핑 가서 '추앙하라'를 하고 다니느라 피곤했다는 땅콩이 꿀잠

가장 큰 문화충격은 나랑 닮은 네다리 아이들 중 열에 여덟은 뒷다리 하나를 들고 쉬야를 한다는 거였다.

물론 나처럼 어리버리한 바보가 한둘 있기는 했다.

나머지는 다 당당하게 뒷다리 들고 쉬야를 했다.

우리 엄마는 왜 이걸 안 가르쳐줬을까?

창피해서 혼났다.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뒷다리를 들고 쉬야하는 연습을 했다. 지금도 간혹 까먹을 때가 있긴 하지만 이제 바보가 아니니까 뒷다리 하나를 들고 쉬야를 한다.

나의 미모가 돋보이려면 어떻게 뒷다리를 들어야 할지 여러 가지 포즈로 연습 중이다.

간혹은 앞다리도 들어본다.

세상은 넓고 배울 게 너무 많다.  

 


콩엄마는 밖에 나가면 관종이 된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쓰윽 엉덩이를 들이민다.

자기를 빨리 만지고 예뻐하라는 것이다.

그걸 뭐  '사랑으론 부족하니 추앙하라!'라고 그러던데 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콩엄마는 어려서부터 밖에 나가면 예쁘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저런 나쁜 버릇이 생겼단다.

  

차만 타면  놀러 가는 줄 알고 마냥 좋아하는 땅콩이

오늘, 콩엄마가 삼촌집사 품에 안겨 어깨 뽕이 돼서 다시 캠핑하러 갔다.

콩엄마의 어깨가 으쓱 올라와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나도 따라갔을 때, 삼촌집사는 둘이라 힘들었단다.

그 후로 콩엄마 혼자만 데리고 캠핑하러 다니는데

‘아~ 아는 맛, 아는 맛이라’ 

나는 혼자 남겨져서 두 시간을 서럽게 울었다.     

차별이 육아? 육견? 에 가장 나쁘다.

집사들이 교육자라고 하면서 기본이 안 되었다.

생각할수록 서럽고 약 오른다.


캠핑의 가장 큰 장점이 나처럼 네발 달린 다른 얘들을 보고 이것저것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좋은 교육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 교육자들이 할 짓인가 이 말이다.     

작년 여름엔 비가 주룩주룩 오는 장마철인데 콩엄마는 캠핑 가서 일주일이나 오지 않았다.

아 억울해.

가출이라도 할까?     


     

# 에필로그     


가을이가 아들과 견생 처음으로 캠핑을 갔다.

천하 겁쟁이 가을이는 캠핑 내내 쫄아서 구석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가을이가 없는 산책은 지루했다.     


캠핑을 다녀온 가을이가 산책하면서 오줌을 눌 때마다 뒤뚱거리며 뒷다리 하나를 들었다.

속이 불편한가? 어디 다쳤나?

걱정하는데 여러 날이 지나도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다리를 들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한 달, 두 달 몸은 균형을 잘 잡았고

이제는 3년이 넘도록 잊지 않고 한쪽 다리를 든다.

수컷처럼 높게 들지는 못하지만 오줌을 눌 땐 뒷다리를 든다. 

    

가을이가 갔던 캠핑장에는 그날따라 유달리 수컷들이 많았단다.

호기심 많고 똑똑한 가을이가 한번 보고 따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가을이는 한쪽 다리를 들고 오줌을 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집 마당에서 어쩌다 오줌 누는 것을 봤는데 다리를 들지 않는다.

그건 또 더 웃긴다.

매번 다리 들고 오줌 누는 가을이를 보다 마당에서는 다리를 들지 않고 오줌 누는 모습은 어색하기까지 하다.    

아들은 둘 데리고 갔을 때, 너무 힘들었다고 그다음 캠핑 갈 때는 콩이만 데리고 갔다.

혼자 남겨진 가을이는 정말 두 시간을 꺼이꺼이 울었다.

혼자 있었던 적이 없었던지라 불안해서 그런 것은 알았지만 마치 '캠핑의 맛'을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똑똑한 가을이, 조기 교육시켰으면 서울대도 갔을 것이다.

역시 내 새끼가 똑똑하다는 착각을 놓을 수 없다.

한번 보고 따라 하는 가을이는 천재견인 것 같다.

볼수록 그런 것 같다.

착각의 늪에 빠진 바보 견주노릇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    

 

ai가 그려주는 가을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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