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뒷산을 산책하는 시골 사는 웰피츠 일기
우리 집 서열을 알려주겠다.
작은 집사가 만날 자기가 서열 꼴찌라고 하는데 꼴찌 맞다.
그리고 서열 2위는 큰 집사다.
먹는 거 주는 사람이니 우리가 존중인지 뭐 그런 거 하는 거다.
서열 1위는 단연 무서운 삼촌 집사다.
아니 헷갈리는 족보에 의하면 무서운 오빠 집사는 처음에는 엄마의 아빠였으니 나에게는 외할아버지였다가 어느 날, 엄마의 삼촌이 되어 나에게는 외삼촌 할아버진가 이었다가 오빠가 되어 나도 오빤 줄 알았더니 엄마의 오빠니 나에게는 외삼촌이 되는 집사가 서열 1위다.
삼촌 집사는 엄격하다.
‘기다려!’를 최장 10분 넘게 한 적도 있다.
아주 무지막지하다.
맛있는 간식을 앞에 두고 ‘기다려!’ 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기다리고 있는데
사라져서 자기 할 일 하다가 5분 후에 나타나서 ‘먹지 말고 기다려!’를 반복해서 애간장을 태우게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성이 아주 나쁘다.
자기가 남 가르치는 사람이라면서 이렇게 견권을 침해해도 되는 거냐?
공 던지기도 빡시게 시키고, 목욕할 때도 씨게 씨게, 털 빗기도 벅벅 한다.
속은 부글부글인데 이상하게 꼼짝도 못 하겠다.
굴러하면 구르고 뛰어하면 뛰고 엎드려하면 엎드리고
그것도 마구 꼬리를 흔들면서 해야 한다.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
아놔 정말 우리가 집사를 선택할 수는 없나?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던데, 서열도 움직이잖아!
나도 아가 때는 콩엄마한테 만날 혼났는데 이제는 내가 서열이 위다.
언니 동생들도 내가 다 쥐락펴락했는데 이게 뭐냐?
오늘도 나는 반란을 꿈꾼다.
딱 기다려! 삼초온 집사니임~
사랑합니데이......ㅜㅜ
# 에필로그
수의사 설채현 선생님이 애완견과 반려견의 차이는 애완견은 한쪽만 행복한 일방통행이고, 반려견은 쌍방향 소통으로 함께 행복한 관계라고 했다.
채벌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서열이 생긴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남자들이 가족 중 자신의 서열이 강아지 다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밤늦게 귀가하면 달려 나와 반기는 것은 강아지뿐이라고 한다.
개는 늑대의 후예로 본능적으로 무리의 우두머리(Alpha)에게 복종한다는 '알파독(Alpha Dog) 이론'에 의하면 개의 행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서열인 것이다.
가을이는 ‘친절하되 단호하게’ 복종하도록 훈련하는 아들의 말을 가장 잘 듣는다.
가을이가 아들에게 비굴하게까지 복종하는 모습을 보면 아들을 존경의 눈으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마음 헐렁한 내 말은 가장 안 듣는다.
혼내지 않아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이, 확실히 지금은 그렇다고 믿고 싶다.
동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약자에 대한 태도’라고 한다.
나름 오랫동안 상담을 공부했는데, 지금은 가을이 마음공부를 하고 있다.
내가 여기서 이걸 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