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집
거미의 집
거미는
실 한 줄
무게 없는 선을
가만히 허공에 걸어
기둥 없는 하늘에
쉼표하나 찍듯
첫 가닥을 내려
집을 짓는다.
비를 가릴 지붕도
기댈 벽도
몸을 눕힐 바닥도 없이
세상의 무게를 걸었다.
실은 길이 되고
길은 그물이 되고
그물이 집이 된다.
보이지 않는 허공에
하루를 묶고
작은 맥박 하나로
세상 사이에
하얀 다리를 놓았다.
마음을 걸기엔
비어 있는 자리가
너무 넓다.
당신은 무엇에 기대어
오늘을 버티는가.
산책을 나서는데
계단 위에서, 숲길에서
허공에 매달린
거미의 집을 만났다.
무게 없는 실로
형체 없는 공기를 감싸며
허무 위에 지어진 집
거미는 자기 살을
덫처럼 엮어
세상에 펼치고
기다림을 걸어놓았다.
사람의 집도
거미의 집처럼
아파트라는 이름의
떠 있는 삶.
공중에 매달린 채
공기 위에 잠들고
울고 웃으며
유리 위의 꿈처럼
마음을 걸어둔다.
우리의 삶이
허공을 버티는 착각이거나
실낱 같은 의지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덜컥 겁나는 세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불안으로 버틴다.
그곳은
잠시 머무는 허공
바람 위에 삶.
허공을 끌어당겨
지은 거미의 집처럼
삶도, 집도, 사랑도
당기면 끊어지고
놓으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