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환삼덩굴

by 보리

환삼덩굴


스치기만 해도

피가 맺히는 인연이 있다.


끊어내도 잘라내도

다시 뻗어와

휘감고 조이고

벗어나려 할수록

더 깊이 파고든다.



사랑이냐고 묻는 나에게

대답 대신

너는

넘치도록 많은 가시를 세웠다.



피멍 든 자리에

버릴 수 없는 운명인지

그저

모질지 못한 탓인지.


미련이란 말로 부족한

집착의 줄기

못나고 고약한데도

나는 또 가만히 서있었다.



잊을만하면 돌아와

다시 긁고 찢고

그렇게라도 기억되고 싶은가


그렇게 많은 상처가

내 살에

너를 남기고 갔다.


사랑도 그랬다.

이루지 못하는 마음일수록

더 질기고 깊어

오래 아팠다.

환삼덩굴 수꽃-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jiseo21/222500859903


한삼동굴 암꽃 이미지 출처: https://m.blog.naver.com/jiseo21/222500859903





잘라도 뽑아도

어찌 그리

다시 돌아오는가

.

목줄도 없는데

바람도 이길 수 없는데

어찌 저리 매달리는지

한번 감으면 놓지 않는 줄기를 보았다.


잎도 꽃도 모두 핑계

실은

그대에게 닿으려는

질긴 집착이었다는 걸


다시 덧나는 상처 위에

휘감으며 쓰다듬고

매만지며

살가운 고통으로 다가와


아프냐고 묻지도 않고

상처에 상처를 덧댔다.

잘라도 다시 자라고

찢어도 다시 뻗어

치울 수 없는

질긴 사랑의 흉터

휘감고, 찌르고

피멍이 들어야

오래 기억한다고


핏물 맺힌 채

그 상처를 사랑이라 믿으며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핏물 맺힌 그 말은

스스로를 찌른 것임을

너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가 두른 억겁의 업보였음을

알지 못했다.






살다 보니 좋은 인연도 있고, 나쁜 인연도 있더라.

ㅡㅡㅡㅡㅡㅡㅡ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 괴롭나니.


미운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느니라. - 법구경 -



환삼덩굴 꽃말


'엄마의 손‘




환삼덩굴의 다른 이름


율초(蕨草): 줄기와 잎이 고사리(율)처럼 꼬여 올라가는 모습에서 유래.


한삼(汗衫): 여름에 자라면서 옷처럼 뒤덮는 모습에서 붙은 이름.

홑덩굴: 일부 지역에서 쓰는 방언, ‘홑’은 한 겹, 단순함을 의미.

며느리밑씻개: 치질 예방에 쓰인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화장지가 귀하던 시절에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미워하여 부드러운 풀잎 대신 가시가 있는 이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으나 일본 꽃이름 '의붓자식의 밑씻개'(ママコノシリヌグイ)에서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환삼덩굴에 대한 다른 시

며느리밑씻개 - 강희창


어머니

내 핏줄도 아닌 어머니

아들 온전히 내어주기가

눈알 빼주는 일인 줄 알지만

나무 그늘 한 줌 주시기를

오라버니 뒷전에서

그냥 얻어온 딸내미라서

어미는 새끼 지키려고

꽃보다 가시 더 단단해진다 했거늘

그리 된 까닭이

뼛속까지 사무쳐서리


(중략)


이제사야 그때 그 손길이

칼이 아니라 비수였음을

꽃이 아니라 손수건이었음을

어머니,

그 꽃 피거들랑

젖니 갓난 손주 데불고

내뺀 줄 그리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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