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커리 꽃
치커리 꽃
‘다신 울지 마’
마지막 말을 남기고
돌아서던 너는
들판 끝에
그림자를 놓고 갔더라.
멀어지는 뒷모습에
보랏빛 눈 감으면
하루 동안 피었던 사랑이
하얀 눈물로 번진다.
밤을 헤매다 돌아온
별빛이 네 어깨에 기대고,
사랑이 찬란했던 건
그 하루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별빛 같은 사랑도 지고
그래도 괜찮다.
너를 바라본
그 짧은 순간이
내겐
영원 같았으니
잊지 못할 건
첫사랑이 아니라,
첫사랑이
끝나던 그 순간이다.
너를 처음 만날 날
바람마저 보랏빛이었다.
줄기에 몸을 숨겨
수줍게
하루만
피었다 지는 꽃
아침마다
보랏빛으로 깨어
하늘을 향해
그리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끝내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는 일은
하루살이처럼 짧고
별처럼 오래 남는다.
내 마음도
너 없는 하루가
보랏빛으로 피었다 진다.
그리움은
끝나지 않는 노래처럼
보랏빛 마음을 맴돌며
하루 종일
되감기를 하고 있다.
너를 기다린다.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던 너를
꽃처럼 짧게 피었던 사랑이
아무도 모르는 이 자리에서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텃밭구석에 허리를 구부리고 핀 치커리 꽃을 만났다.
보랏빛 첫 만남이었다.
단 하루의 사랑을 위해
모든 생을
거는 꽃
꽃말이
행복한 사랑, 불멸의 사랑, 추억, 지나간 사랑,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짝사랑이라 하니 지독히 아픈 사랑이다.
쓴 맛이 난다고 ‘절약’이라는 꽃말도 있다.
수줍게 핀 보라꽃을 바라보는데
마음속에서 불현듯 노래하나 떠오르더니
하루 종일 떠나지 않았다.
결국
오전 내내 스피커까지 켜서
진한 보라색 가요에 풍덩 빠져버렸다.
임영웅 ‘보랏빛 엽서’♩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 ˘-˘乃 [내일은 미스터트롯] 9회
https://www.youtube.com/watch?v=XTYwPfh-mog
그러다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을 받았던 윤경옥 할머니의 연륜이 느껴지는 노래도 만났다.
노래자랑 최우수상 수상 KBS 방송(2018.12.16.)
https://www.youtube.com/watch?v=9X8sGEV_tJA
팬데믹(Pandemic)
인류역사상 새롭게 등장한 바이러스에
사람들이 모두 섬이 되었다.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미스터트롯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선사하며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했고,
나도 새롭게 트롯에 눈떴다.
더하여
Show Me The Money (쇼미더머니)
High School Rapper (고등래퍼)
LOUD (SBS, 2021)
같은 랩음악에도 입문했다.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가무(歌舞)와 풍류(風流)를 통해 정을 나누고,
슬픔을 달래고, 기쁨을 함께해 왔다는 공동체적 성향은,
팬데믹이라는 시절에 폭발하듯 되살아났다.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엔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있었다.
또
소록도에 계셨던 강길웅 신부님이 생각났다.
집의 빚을 갚기 위해 12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뒤에야 신학교에 들어가셨던 분.
신부님은 자기는 성가를 들으면 눈물이 안 나는데, 가요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고 하셨다.
< 28 > 청승맞은 사랑 / 강길웅 신부님 - 가톨릭정보
https://maria.catholic.or.kr/mi_pr/missa/bbs_view.asp?num=144957&id=78132&ref=21322&menu=4770
힘든 사랑이라는 의미를 가진 치커리 꽃 덕분에
류근 시인의 시에 김광석이 노래한 가요명곡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들었다.
참 아까운 천재 가수를 잃었다.
류근 시 김광석 노래-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https://www.youtube.com/watch?v=IwZtD0XB7JQ
너무 아픈 사랑은 정말 사랑이 아닐까?
그래도 사랑이 아닐까?
하루만 피었다 진다는 치커리꽃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얽힌 그리스 신화를 알게 되었고,
돌아오지 못하는 연인을 기다리던 슬픔이 치커리꽃의 보랏빛에 묻어 있는 듯했다.
치커리 꽃을 만난 후 내 마음도 매일 보랏빛으로 피었다 진다.
유럽의 전설 (독일·벨기에 지역)
옛날, 한 아름다운 여인이 연인을 전쟁터로 떠나보냈다.
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그를 기다렸다고 한다.
슬픔에 잠긴 그녀는 결국 죽어 치커리꽃으로 변했고,
그 자리에서 매일같이 푸른 꽃을 피우며 기다림을 이어간다고 전해진다.
치커리 꽃에 얽힌 고대 신화
옛날,
한 여인이 태양신 아폴론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었다.
그녀는 아폴론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다른 세계를 비추는 동안
언제나 그를 따라 고개를 들고 하늘만 바라보았고,
끝내 슬픔에 잠긴 채 그 자리에 스러져,
보랏빛 치커리 꽃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치커리 꽃은
지금도 해가 뜨는 아침에 피어,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나가기까지
햇살을 따라 고개를 돌리며 하루를 견딘다.
그리고 정오가 되면 조용히 시들어,
자신의 짝사랑처럼 사라진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류근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리는 거리에서
쓸쓸한 사랑 되어 고개 숙이면
그대 목소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어느 하루 바람이 젖은 어깨
스치며 지나가고
내 지친 시간들이 창에 어리면
그대 미워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제 우리 다시는 사랑으로
세상에 오지 말기
그립던 말들도 묻어 버리기
못다 한 사랑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보랏빛 엽서 ( 1997년 김연일 작사 설운도 작곡)
보랏빛 엽서에 실려온 향기는
당신의 눈물인가 이별의 마음인가
한숨 속에 묻힌 사연 지워보려 해도
떠나버린 당신 마음 붙잡을 수 없네
오늘도 가버린 당신의 생각엔
눈물로 써 내려간 얼룩진 일기장엔
다시 못 올 그대 모습 기다리는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