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꽃
시든 꽃
너를 잊겠노라
편지를 부치고 난
훨씬 전부터
사랑은 끝나도
끝나지 않은 마음이
여기
이렇게 피었다 진다.
너 없는 시간에 익숙해져도
사람이든 꽃이든
시들어도
사랑은 그대로라는 걸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지만
바람이 불면
시든 꽃도
다시 흔들린다.
그리움이 시든다 해도
모든 사랑은
피고
진다.
꽃이 진 뒤에야
너에게 편지를 쓴다.
이별은 언제나
꽃보다
먼저 온다.
하루 중 가장 환한 시간.
새벽 산책을 마친 뒤
꽃들과 눈 맞추는 시간이다.
밤새 시든 꽃이 많아졌다.
시든 꽃을 잘라내야
그 아래 기다리던
꽃송이들이 피어난다.
아직 버리지 못한 집착이
꽃자루에 매달려 있어
그 진한 미련을
살며시 뜯어낸다.
이 시든 꽃도
언젠가는 활짝 피어
한때는 향기로웠고
한때는
누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빛나는 시간의 중심이었다는 걸
사랑도 꽃처럼
피고 지는 일이라지만,
지나간 그리움은
시들어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시들고 나서야 기억나는
그런 사랑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