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송은 Dec 26. 2018

나의 배경, 꽃 (1)

모른 체 할 줄 몰라

7살이었을 거다. 아파트 단지를 걷다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고운 친구들. 노란 민들레, 이름 모를 꽃들, 자유롭게 자란 풀들이 싱그러웠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목련. 목련은 내 꽃이 아니지. 저 높은 곳에 핀 꽃은 엄마에게 어울린다. 나는 나랑 어울리는 꽃들과 놀았다. 내 시선과 손가락이 닿는 곳이 내 전부였다.


화단에 쪼그려 앉는다. 무릎 위에 손바닥을 포장지 삼아 펼친다. 억세지만 든든한 배경이 되어 줄 푸새를 먼저 깐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인 줄 모르는 풀꽃을 그 위에 올리고, 민들레 혹은 철쭉을 가운데 모신다. 손바닥을 살며시 오므리면 꽃다발 완성! 나는 엄마를 감동시킬 자신이 있었다.


“엄마에게 선물해야지.”


내 예상대로다, 엄마는 황홀하게 그 꽃다발을 받았다. 찬장에서 수정잔을 꺼내 꽂기도 하고, 손바닥만 한 수첩이나 성경책 사이에 껴 말리기도 했다. 엄마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내가 레드카펫이라며 펼쳐놓은 이불 위를 배우처럼 우아하게 걷고, 어설프게 만든 계란프라이도 레스토랑에서 대접받듯 행복해했다. 엄마는 내 전부를 귀하게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 김송은 소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