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낭비하고 낭만적인
산 아래는 내가 다닌 초등학교다. 학교 아래는 친구 지윤이네다. 목련으로 쌓여 밖에선 잘 보이지 않는 집, 나는 그 집을 잘 안다. 넝쿨 장미가 지천인 마당의 향기를 기억한다. 꽃비를 날리던 벚꽃나무도, 달콤한 간식인 오디나무도 생생하다.
나랑 지윤이는 그 마당에서 자랐다. 정확히는 마당에 핀 꽃나무가 우리를 키웠다.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장미, 목련, 벚나무 꽃잎을 작은 손에 움켜쥔다. 오므린 손을 활짝 펴 내 머리 위에 뿌린다. 네 머리 위에도 뿌린다. 발바닥, 손바닥으로 꽃잎을 흠뻑 느낀다. 제 몸을 기꺼이 내어준 꽃의 헌신 덕에, 우리는 그렇게 자랐다.
실컷 낭비하고 한껏 낭만적이던 그 간지러운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내 인생은 과연 축복받았다.